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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내미 이 복 희 Dec 19. 2023

자동세차기

보아구렁이야

자동세차기




이복희



아무리 보아도 너는 보아구렁이야

침 발라 마구 핥아대는

부드러운 구레나룻을 가졌지


겨울 국도를 헤매고 다닌

실족에 찢긴 발등도 어루만져 줘야 해

아니야, 거기는 팔이야 비틀지는 말아줘


발가락 틈새는 부드럽게 문질러줘

공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 때

살갗 뚫고 나온 가시는 성급하게 떼지 말아줘


초원을 할퀸 야성의 발톱도 세척하고 싶어

찌든 영혼마저 세척하고 싶어

그런 나를 칭칭 감아 삼킨 보아 구렁이


내가 물컹한 살밖에 없을 거라 여긴 거지

삼키는 데 불과 십분 밖에 안 걸렸네

무턱대고 삼켰다가

체증으로 고생하는 것 여럿 봐 왔어


슬그머니 넘어갈 줄 알았지

십 분 만에 나를 삼킨 넌

한동안 깊은 잠이 필요할 거야


넌, 이제 내게 발목 잡힌 거야

슬슬 수작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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