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Dec 19. 2023
밤의 관찰자
이복희
외눈박이 가로등이 한눈팔고 있는 뒷골목
이슥한 밤에 버려진 것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세계
한 여자가
쓰레기봉투를 내려놓다가
길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친다
적의의 눈빛을 번득인다
공격인가 방어인가
뒷골목 어둠을 배회하는 것들은
저마다 뭔가를 숨기고 있다
어둠에서 번쩍이는 공중의 눈동자
싸늘한 눈빛만 살아남은 감시카메라 앞에서
두 짐승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대치 중이다
날 세운 발톱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쓰레기 불법투기장
이미 비린내가 승부수를 던진다
하루치 달빛이 밝아진다
두 짐승 슬그머니 꼬리를
가로등 그림자에 밀어 넣고 뒷걸음친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한순간 결정 나는 게 고수의 세계
찰나의 티끌 하나도 어디에 감춰둘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