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읽다

일생을 두 다리 섬기는 일

바닥을 읽다


이복희


꿈이라는 게 어디에 닿아도
다섯 발가락 가지런히 앞세우는 거라니

땅 꺼지듯 바닥을 찍어 누른 후
한발 앞서가는 게
고작 구르는 돌 냅다 허공으로 차올리는 일

홀로서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일생을 두 다리 섬기는 일
발바닥이 뜨겁다

궁지에 몰릴수록 오체투지 몸부림을 생각해 본다

서해안 개펄 어디쯤이었던가
가장 낮은 몸으로 바닥을 살폈던 일
농게가 들락거린 캄캄한 숨구멍의 정적을 보았다

구름 그림자에도 놀라
구멍으로 숨어드는 농게처럼
낮아질수록 아늑한 기억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옆걸음도 없이 뒷걸음도 없이
밟고 밟히며 묵묵히
지상의 땅바닥을 버텨온 무게
기댈 곳이 휑하다

길바닥을 삼킨 싱크홀이
오늘도 크게 아가리 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