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민 (1)
어느 날 한 예능에 나온 유시민 작가를 보았습니다. 유시민 작가에 큰 관심이 있진 않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선 그가 투옥되었을 당시 서술한 ‘항소이유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돌려보았을 만큼 명문이라는 그 항소이유서를 적을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였습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그 명문을 두고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보면 나이에 맞지 않는 글이다.”
-
글이야 잘 쓰면 되는 것 아니었던가요. 그러나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이의 발언은 저로 하여금 과연 정말 그럴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에도 맞는 나이가 있는가?
고민을 글로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씩 어린아이가 쓴 동시가 화제가 되곤 합니다. 그 나이대만의 언어를 사용해 순수함으로 어른들의 심금을 울리는 경우가 있는 반면, 풍부한 어휘들로 감정을 직접 건드려 감탄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 중 어떤 것이 옳은 것이라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유시민 작가의 말을 열심히 곱씹던 저는 나이에 맞는 글을 쓰는 편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내로라하는 작가분들의 문체는 언제든 따라 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남기는 글에는 서른 초반의 나이테를 새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20여 편 남짓의 글을 브런치에 쓰면서 나의 문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특히 파일럿 도전기를 작성하면서는 힘 있게 글을 이끌어나가 보고 싶었습니다. 제 감정이나 생각의 부스러기들이 덕지덕지 붙지 않은 깔끔한 문투로 속도감 있게 말이죠.
하지만 글의 주제나 감정에 따라 도드라지는 문체의 어긋남은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글고민’이라 이름 붙인 이 글묶음을 한 번 써보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글묶음 안에 여러 주제의 글을 열심히 써 내려가며 글의 나이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 글묶음이 독자분들께 조금의 영감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