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민(2)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 글감이 될 만한 일들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 잣대를 들이대며 글 하나가 나올만한 깜냥인지 측정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사소한 감정들이 특별하게 변신하는 순간들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캐나다 비자에 문제가 생겨 한국에 머물 때의 일입니다. 집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일하시는 분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분은 아직 일하고 계시네.’
제가 아주 오랫동안 한국을 비웠던 것은 아닙니다. 고작 4개월 만에 돌아간 고국에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저도 참 어지간히 감성에 젖어사나 봅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점점 더 오래된 것들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3년 넘게 잘 작동하고 있는 제 핸드폰, 태어난 지 15년이 넘었어도 아직 잘 굴러가는 우리 집 자동차, 그리고 30년이란 세월을 어찌어찌 살아내고 있는 제 자신까지.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사함이 고개를 살짝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자동차 대시보드를 한 번 쓰다듬고는 ‘고생이 많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자연스레 과거의 감상과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 유튜브 핑계고 시상식을 보았습니다.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한 분들을 초청해 감사의 의미로 트로피를 전달하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콘텐츠인 시상식입니다.
당시 여러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자숙에 들어간 이후 열린 시상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상식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무탈’
단어 뜻에 평안함이 내포된 ‘안녕’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탈이 없고 무사하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은 그 단어는 시상식 내내 유재석 씨의 입에 여러 번 오르고 내렸습니다.
사실 연말을 마무리하는 메시지 치고 그저 무탈하라는 말은 지나치게 소박하게 보였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행복하시길 바란다, 만사형통하시길 바란다 정도가 통상의 인사말이었기에 그랬을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현상 유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숨만 쉬어도 발생하는 지출들, 바람 잘 날 없는 나날들. 때 아닌 전화에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반대로는 오지 않는 소식에 마음 졸이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들을 모두 이겨내고 오늘의 ‘하루’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자체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좋은 날을 기다리며, 현상 유지가 아닌 더 나은 하루를 기다리며 또 한 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의 무탈함에 대해 감사하며, 가진 것에 한 번 더 감사하며 그 고마움을 말로 한 번 표현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곧 사라질 감사함이면 어때요. 그 감사함의 온기는 그 순간에 남아 언젠간 우리네 인생을 다시 따듯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모두 무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보태자면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