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민(3)
어느 날 오후, 하우스메이트들과 둘러앉아 사과를 뜯어먹었을 때였습니다.
그러다 하우스메이트 A가 갑자기 손가락이 여섯 개인 친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정말 농구를 잘하는 친구였기에 가서 물어봤답니다.
- '넌 왜 그렇게 슛을 잘 쏘니?'
- '손가락이 여섯 개라 그래.'
A는 농담을 하는 줄 알고 피식 웃었더니 그 친구가 엄지 손가락에 새끼발가락 마냥 달린 여섯 번째 손가락을 보여주더랍니다. 순서로 따지면 두 번째 손가락일 수도 있겠네요.
어찌 됐든 A는 화들짝 놀라 둘이 호탕하게 웃어넘긴 기억이 있다고 했습니다.
'팔이 네 개면 어떨까?'
그러다 문득 누군가 던진 물음에 사과를 뜯던 모든 이들은 곧바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분위기 자체가 멍청해지는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너무 편하지 않겠냐는 공통된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요리도 손이 네 개, 일을 해도 손이 네 개, 턱걸이를 해도 손이 네 개, 육아를 해도 손이 네 개.
실없는 질문들은 멈추질 않다가 결국 제목의 명제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팔이 네 개인 복싱선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가?'
저는 순간 엑스맨 같이 돌연변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의 시작점이 바로 저 질문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평범함의 정도를 벗어난 인간의 생김새를 기존의 인간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분명 돌연변이를 대표하는 여러 시민 단체나 협회가 만들어졌을 것이고, 돌연변이도 올림픽에 나가게 해 달라 열심히 싸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돌연변이 올림픽이 따로 생겼을 수도 있겠지요.
이 글에 결론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저 주제를 듣는 순간 글장난을 치고 싶었습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내용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작을 써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언제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이런 결론도 없고, 특별한 내용도 없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레고를 사주면 사용서 읽는 법을 몰라 자기 멋대로 작품을 완성시키곤 합니다. 겉보기엔 터무니없고 난해한 모습이더라도 아이 스스로는 아주 뿌듯해하지요.
저도 그저 아이 같은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지금 뿌듯합니다.
글도 이대로 마치려고 합니다. 다소 난해한 모습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