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성장한 초보 파일럿

크긴 컸어요

by 에드니

비행 실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걷혔다.


두 바퀴로 안전하게 착륙만 한다면 실패하지 않은 착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나는 이제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왜 안될까?’

답답함이 가득한 한탄의 ‘왜’가 아닌, 정말 물리적으로 왜 기동이 잘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


‘150마일’을 다녀온 이후 어느 날, 나는 관제탑에 ‘서킷, Circuit’을 요청했다.


‘서킷’이란 특정 고도로 공항 주변을 돌며 이착륙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아예 뿌리를 뽑고 싶었다. 내 실수가 계속 나를 괴롭히는 순간을 더 이상 용인하고 싶지 않았다. 활주로에 정렬 후 출력을 높여 곧바로 이륙했다.


500 피트에서 좌선회로 크로스윈드 진입.

1,000 피트 도달 후 좌선회로 다운윈드 진입.

관제탑 호출 후 착륙순서 확인.

하강하며 좌선회로 베이스 진입.

다시 한번 좌선회로 파이널 진입.

착륙.


착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곧바로 이륙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서킷을 계속 돌기 시작했다.


착륙, 착륙, 착륙 그리고 또 착륙.


그러다 문제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진입 고도가 낮은 게 문제였다.


시야에 의존하는 VFR 비행은 창 너머로 보이는 ‘그림’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조종석의 대시보드로부터 지평선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로 직진, 상승, 하강을 구분하는 것이다. 땅이 많이 보이면 하강, 하늘이 많이 보이면 상승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그 정도를 컨트롤하는 것.


그래서 특정 그림을 유지하면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하강 시 속도가 65노트로 유지된다든가, 상승 시 속도가 80노트로 유지되는 식이다.


착륙 시 나의 그림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65노트에 맞추면 내가 알던 그림이 아니고, 내가 알던 그림으로 비행기를 맞추면 비행기 속도가 달라졌다. 착륙 직전까지 나도 모르게 계속 그 그림에 신경을 쓰다 진입 고도가 평소보다 낮았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착륙 시의 그림은 진입 고도로부터도 영향을 받기에 고도가 다르면 내가 아무리 그림을 맞춰보려고 해도 맞춰지지 않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애초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의 답을 쫓고 있었으니 착륙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


아쉽게도 해당 사실을 깨닫게 된 건 마지막 착륙 때였기에 내 새로운 깨달음을 적용해 볼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려 학교로 복귀하는데 문득 서킷 비행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킷’


나의 첫 번째 솔로비행 역시 서킷이었다. 처음으로 교관 없이 날아오르는 비행. 심호흡을 연신해 대고 비상 절차를 입으로 외우며 떨리는 손으로 조종간을 당겨 인생에서 처음으로 홀로 날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익숙하게 비행기에 시동을 걸고 혼자 날아올라 10번이 넘는 착륙을 당연하다는 듯 연습하고 내려오는 나 자신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나도 좀 타긴 탔네.’




다음 날.


교관도 내 착륙에 대해 걱정이 많았기에 함께 다시 서킷을 돌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활주로가 3번 바뀌는 날이었음에도 내 깨달음을 적용해 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하는 지점에 비행기는 내려앉기 시작했고 활주로에 쿵 하고 찍어 내리는 느낌도 점점 사라져 갔다.


‘와우!’ - 교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비행이 끝나고 교관은 브리핑해 드릴 게 없다며 진짜 고생 많으셨다는 말로 수업을 끝냈다.


착륙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다른 교관의 말을 들은 이후에 처참히 망가졌던 착륙. 4개월 만에 다시금 받아낸 OK 사인이었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이후 진행된 다른 기동을 다루는 수업에서도 교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평가를 내렸다.


꿈을 좇아 뒤늦게 시작한 비행. 어려움도 많다면 많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올랐다. 날씨도 기다렸고 비자도 기다렸다. 시간은 걸렸지만 해는 다시 떠올랐고 비자도 2개나 나왔다.


이윽고 손의 땀으로 조종간을 적시던 생초짜 파일럿이 자신의 문제점을 직접 찾아냈고 홀로 나는 게 무서웠던 서른 살의 학생 파일럿은 서른한 살이 되어 150마일 비행도 문제없이 마쳤다.


마냥 좋아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먼 초보 중의 초보 파일럿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성장'이라는, 시간의 쌓임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었기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시험이다.'



이전 16화죽음을 피하고 본질을 깨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