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게 일한다

토스트집 사장님

by 오설자

어린이 대공원에 산책하고 집으로 올 때였습니다. 산책 후라 배가 출출했지요. 가끔 그곳을 지날 때 먹곤 했던 토스트 가게에 갔습니다.

“이곳 토스트가 괜찮아. 한 번 먹어봐.”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꾸민 가게 앞은 붉은색 어닝이 펼쳐 있습니다. 작은 가게가 다정합니다. 창문턱 높이에 작업대가 있고 그 너머 냉장고가 있습니다. 재료들이 쌓여 있고 딱 한 사람이 서서 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창문마다 배치한 어닝이 이국적이었습니다. 깔끔한 벽면에 작은 탁자들을 늘어놓고 브런치를 파는 가게들이 참 다정했습니다. 그런 야외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떠나온 기분을 누리곤 했습니다.

가게 앞에 선 우리를 보자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앞치마를 한 사장님이 벌떡 일어납니다. 그는 생기가 도는 얼굴을 하고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받습니다. 일터에서 주문을 받는 일은 활력을 줄 것입니다. 무언가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참 따분할 일이니까요.

“뭘로 드릴까요.”

우리는 머뭇거립니다. 냉장고 위쪽 벽에 나란히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보지만 글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야채 넣은 거로 할까요, 하고 묻더니 늘 주문하던 "야채 스페셜로 드릴게요." 하네요.


주문을 받은 그는 필요한 재료를 꺼냅니다. 냉장고 위로 식빵이 담겨 있는 빵 봉지가 벽돌을 쌓아 놓은 듯 가득 쌓여 있습니다. 식빵 네 조각, 햄, 계란. 여기서는 모두가 네모난 것들입니다. 토스트를 만드는 팬만 둥그렇습니다. 토스트를 기다리면서 사장님의 숙련된 손동작을 유심히 봅니다. 그녀의 손이 가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립니다.


먼저 팬에 네모난 쇠로 된 틀을 얹어요. 그 안에 미리 만들어둔 계란 물을 촥 부어요. 틀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뜨거운 팬에 닿은 계란물이 지글거리면서 동그란 거품을 밀어 올리다 꺼집니다. 계란이 익을 동안 그는 즉시 가운데 팬에다 네모난 햄을 세 장 늘어놓습니다. 햄이 구워질 동안 다시 옆으로 이동해서 네모난 빵 여섯 장을 꺼내 마지막 팬에 나란히 두 줄로 올려놓습니다. 이제 햄을 뒤집어요. 햄이 보기 좋게 구워집니다. 이번에는 빵을 뒤집습니다. 휙휙 뒤집는 속도가 빠릅니다. 우리는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빵 여섯 개를 뒤집고 계란을 얹은 팬 쪽으로 옮깁니다. 계란이 틀에 딱 맞게 네모나게 엉겨 있습니다. 아직 가운데는 계란물이 남아 있습니다. 틀을 빼고 납작한 주걱으로 휙휙 뒤집습니다. 계란물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습니다. 침을 삼키며 보고 있는 우리를 보며 말합니다.

“이게 가장 어려운 과정이에요. 처음에 이걸 하는 사람들은 계란에서 많이 망하거든요.”

어떤 일이든 숙련되는 과정에 실수와 잘못은 필연적입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 숙련의 단계가 오는 것이지요. 일의 성격이야 다르지만 그것을 보며 내 젊은 날을 생각합니다. 욕심내어 아이들을 다그치고 나의 방향으로 몰아가는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었던 시절, 서두르며 실수하고 섣불리 덤비다가 그르친 일들. 허둥대며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남은 서툴고 미숙했던 날들.


또 나의 글쓰기도 생각합니다. 어떤 재료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잘 익혀 상처 없이 뒤집는 숙련된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은 나도 숙련의 과정에 있습니다. 사유와 성찰이 필요로 하는 글쓰기와 단순 작업은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글감을 찾아 상처가 나지 않게 고루 익혀 맛을 내고 잘 버무린 후 서로 맛이 어우러지게 만들어내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줄 일입니다.


그녀는 빵을 얹은 곳으로 이동하여 구워진 빵에 소스를 바릅니다.

“특제 소스예요. 어쩌면 토스트의 맛이 여기서 다 나오는지도 몰라요.”

사장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말합니다.

같이 보고 있건만 나는 앤젤에게 중계방송을 합니다.

"이제 계란을 얹을 차례야."


커다란 통에 든 가늘게 썬 양배추를 한 줌 꺼내 손으로 동그려 빵 위에 척척 얹어 놓습니다. 하얗게 올려진 양배추채 세 덩이가 똑같아 우리는 경이로운 눈으로 그녀가 하는 것을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왼쪽의 빵을 뚜껑을 덮듯이 폭 얹으니 드디어 토스트가 완성됩니다. 네모난 얇은 종이에 담고 한쪽만 열어 봉투 접듯이 쌉니다. 이렇게 포장되어 손님에게 건네지는 시간이 몇 분 되지 않습니다. 일하는 폼이 달인에 가깝습니다. 따끈한 토스트 봉지를 들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그녀는 웃으며 인사를 하고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흐뭇한 얼굴로 바라봅니다.


그곳 사장님은 친절합니다. 명랑한 목소리로 늘 웃으며 반겨줍니다. 무엇보다 즐겁게 일합니다. 일을 할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은 딱 맞는 일입니다. 즐겁게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성공은 따라옵니다. 내가 3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얼마나 즐겁게 일을 했나 돌아보게 합니다. 더 즐겁게 일했더라면 그만큼 후회나 미련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사장님은 거기서 일한 지 20년이 되어간다고 합니다. 그는 자기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건대역에 있는 토스트를 먹은 적이 있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토스트를 마무리하다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기가 건대 1호점이에요. 그건 중요한 문제예요.”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합니다. 목소리가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칩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지요.



오랜만에 토스트가 먹고 싶어 집니다. 마침 그 앞을 지날 일이 생겨 가다가 가게 앞으로 갑니다. 사장님은 없고 유니폼을 입은 듬직한 젊은 남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뭐 드릴까요?”

“야채 넣은 스페셜로 주세요.”

그는 일한 지 꽤 된 것처럼 능숙해 보입니다. 직원을 고용했나 보다 생각하는데 재료 창고 안에서 사장님이 나오시네요. 아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듬직한 아들이 있었어요. 스무 살 아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안될 만큼 젊어 보이거든요.

“아들 나면서 이 집 시작했거든요. 아들과 나이가 같아요. 그때는 학교 앞에만 매장을 내줘서 덕분에 제일 오래된 매장이 되었어요.”

뭘 해도 일에 정성이 있어서 성공하셨을 거라고 대답합니다. 같이 오던 친구는 먼 데로 이사 갔다고 했더니 그래서 한동안 안 오셨구나, 하십니다.


여전히 따스한 토스트를 받고 오면서 많이 팔기를 빌어줍니다. 팬데믹이라 학생들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최근에는 예전처럼 가게 앞에 대여섯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장사가 잘 되어야 그녀도 신명 나서 일을 하겠지요. 20년 동안 토스트를 구워 아이들 학원비를 내고 반찬거리를 사러 갔겠지요. 은행에 저금을 하고 필요한 곳에 기쁘게 썼을 것입니다. 즐거우면서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남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대가를 받고 내어주는 일이긴 해도 참 복 받을 일입니다. 주문을 받은 것이니 당연히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만드는 음식은 그 맛이 다릅니다. 배고픔에 시달리는 어려운 시절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주고 그것으로 인해 한 순간 따스해진다면, 누군가에게 복을 베푼 일입니다. 마음을 데워주는 움직이는 사랑이지요.


즐겁게 만든 따스한 것을 가슴에 품고 오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전염이 됩니다. 전염을 넘어 마술을 부린 듯합니다. 뭘 해도 즐겁게 일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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