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나를 물들이는 마음들

by 오설자

이 이야기는 토스트를 사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내공으로 순식간에 만드는 토스트는 예술 같았습니다. 하도 정성껏 만들기에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날 저녁 그분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왔습니다.


오랜 세월 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나의 이웃은 대부분 교사들이었습니다. 3,4년 혹은 5년마다 일터를 옮기면서 관계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단절되곤 했습니다. 학교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공적인 인간관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지요. 물론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랜 친구들이나 작은 모임들이 있었지만 사적인 관계 확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문학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한 세계가 넓어진 것이지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 나는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넘어 타인으로 확장된 세계를 보게 됩니다.


처음 글을 쓸 때, 내 안의 고인 모든 것을 아이스크림 먹듯 숟가락으로 야금야금 파먹고 나니, 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나는'이라는 주어에서 너는, 그는, 토스트 사장은, 그 책의 주인공 바베트는.... 이렇게 주어가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어떤 일에 대해 혹은 누군가에 대해 쓰는 것은 그의 모습을, 하는 일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기에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이슬아는 말합니다.

그분들에게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세상은 다정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배웁니다. 함부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것은 세상을 사는 지혜이기도 하고 따듯한 이웃에게 받을 수 있는 위로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나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주어가 바뀌는 글을 쓰면서 '부지런한 사랑'으로 물들어보려 합니다.


쓰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까. 와닿기는 할까. 어쩌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요. 하지만 들여다보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묶여 있기에 그렇습니다. 당신의 이야기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네가 있고 내가 있기에 세상은 오늘도 톱니바퀴가 되어 돌아갑니다.


살면서 만난 많은 인연들이 봄바람에 스치듯 흘러가기도 하고 오랜 시간 고였다가 스며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풍경은 꽃피우는 너로 인해 내가 물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내 인생 여정에 깊은 무늬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조동화의 시 <네가 꽃피고 내가 물들면> 차용)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누군가로 인해 꽃이 피고 꽃물 드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물들이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내가 꽃피워 물들이게 되는 세상, 참 아름다운 세상이 될 테니까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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