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구에서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안된 후배랑 술을 한잔 했더랬어요. 이 친구가 대뜸하는 소리가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잇츠 같은 플랫폼들의 수수료도 문제지만, 제일 스트레스 받는건 손님들 리뷰라고 하더라구요.
오픈한지 얼마 안된터라 리뷰를 써주면 그에 따른 보상으로 뭔가의 서비스를 주고 있는데, 먹튀 하는 손님이 70%는 넘는다며. 그리고 아무 멘트없이 별점을 1점 주는 손님들도 있다며.
저도 장사를 하고 있으니 후배가 말한 상황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해줬어요.
"그냥, 여기가 거대한 정신병동이라 생각해" 라고.
장사를 해보신 분들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밥 한끼를 먹는데, 이렇게나 생난리일 수가 있는지, 저도 첨엔 신기했더랍니다. 지금도 매한가지지만.
그 기저에는 익명의 뒤에 숨어 누군가(자영업자)를 판단하며 자유롭게 저울질 할 수 있는 권력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은 손해 볼 게 없거든요. 별점을 1점을 주던, 막 쌍욕을 해놓든, 그 가게가 망하는거지 본인들은 그러고 떠나면 그만이거든요.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들을 날이 갈수록 호기롭게 즐기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는 점잖은 공무원일 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일 수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직업군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익명의 뒤에만 가려지면 사람들은 돌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본인 인증을 하고, 본인 실명과 함께 주문한 동네까지 드러나면 이런 상황이 덜할텐데, 그 책임을 지고 있는 배민 등의 해당 기업들은 바뀔 생각이 없죠. 우린 모르겠고, 니들끼리 싸워라, 뭐 항상 이런 식인 것 같아요.
만원을 팔면 5천원이 남고, 더군다나 프랜차이저 같은 경우엔 만원을 팔면 2천원이 남는, 이런 구조를 빤히 다 알면서 왜 방관하는 걸까요. 지금 정치권에서 알아채고 움직이는 낌새가 보이니 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재계 2위였던 대우가 몰락한 경우를 상기해봤으면 싶습니다.
저는 악플을 다는 소비자들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악플다는 이유는 판을 이렇게 짜놓은 기업들의 전략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밥먹다가 갑자기 권력이 생긴거죠. "어라? 악플을 다니까 사장들이 굽신거리네? 막 휘둘러야겠다" 하면서 말이죠. 평생을 보통의 삶속에 살아왔는데 이러한 권력을 언제 느껴보겠습니까.
"음식 문앞에 두고 문자나 전화 주세요"
이젠 디폴트 값으로 정해져 있는 요청사항이에요. 음식을 문앞에 두고 가면 아무도 없거나, 주소가 다른 경우도 다반사인데, 그 책임은 또 오롯이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하기도 하죠. 해서 권력자, 즉 소비자들은 오늘도 평화롭기만 한 것 같아요.
그 옛날 음식을 살갑게 받으며 배달원에게 "고생하십니다"라며 건넸던 말 한마디의 향기가 그리운 오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