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품을 만들 때 한 가지 장면을 떠올린다.
깊은 물 속처럼 고요한 어둠이 있고,
그 어둠 속에서 미세한 빛의 알갱이가 흔적처럼 흩어진다.
그 알갱이들은 내가 지나온 시간들—
기억, 감정, 불안, 희망, 그리고 말로 다 적지 못한
수많은 상처들의 잔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상처를 흉터가 아닌
결정화된 빛으로 보려고 한다.
어떤 감정은 나를 찢었지만,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어떤 상처는 한동안 숨 쉬듯 아프게 맥박쳤지만,
그 박동은 음악의 리듬이 되었다.
상처는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창작할 수 있게 만든 첫 번째 도구였다.
어떤 날은 찬란했고, 어떤 날은 한없이 침잠했으며,
그 모든 날들이 다층의 파동이 되어 나의 작업을 움직인다.
나는 예술이란,
자신의 가장 깊은 층위를 조용히 꺼내어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누군가 내 작품 속 이야기를 들으며
"이 감정을 알아."라고 속삭일 때,
나는 이 세계와 연결되었다는 확신을 얻는다.
상처는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 닿게 해주는 얇고 투명한 다리 같다.
그 다리를 건너는 동안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부드러워지고,
더 나답게 존재할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작업실에 앉아
내 안의 미세한 떨림, 저릿한 기억, 시린 순간들을 예술로 번역한다.
그리고 나는 희망한다.
누군가의 하루에도
아주 작은 빛의 조각 하나쯤은 남길 수 있기를.
상처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빛이 고여 흐르는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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