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2:E05]
오사카에 오고나서 몸살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장염에 걸려버렸다. 세상이 억지로 나를 까내리는 느낌을 지우지 못해 결국 난 모든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했다.
교토에서 머문 지 약 5일째 아무것도 못하고 맛있는 걸 먹지도 못하는 상태였다보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들어왔다. 난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으며 뭘 위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듯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단순히 아파서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약을 먹으며 버티고 악착같이 버텼다.
그러곤 어떻게든 영상을 찍고자 근처 기요미즈데라에 가서 무던히 애를 썼다.
행복해 보이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과거에 타성에 젖은 내 모습을 떠올리며 '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말자 ' 며 노력했다.
그러다 호스텔에서 이 친구들을 만났다. 네스터와 테레사. 각각 21살 25살로 스페인, 독일 친구였다. 네스터는 취업준비생 테레사는 의사.
네스터는 짧게 며칠간 일본을 여행하고 있었고 테레사는 나처럼 2달 정도 잡고 일본을 여행하고 있었다.
영어가 거의 되지 않는 네스터를 북돋아주며 우리는 눈이 펑펑 오는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을 걸었다. 초입부엔 사람이 많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아주 고요했고 적막했다. 우리의 우스운 수다소리만 들렸을 뿐
날이 춥고 눈이 왔지만 이제 곧 교토를 떠나야 했기에 어떻게든 교토역에서 버스킹을 시작했다. 다만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에 가기 위해 바빴고 그 와중에 몇 명의 사람들만 구경했을 뿐이었다.
몇 곡을 했을까? 역무원 아저씨가 와서 여기서 노래를 하면 안 된다고 했기에 바로 철수.
하지만 버스킹을 하며 만난 또 다른 친구와 함께 간단히 술 한잔하고 클럽에 갔다.
낯선 곳에서 만나 맛있는 걸 먹고 수다를 떨며 술 한잔 걸친 뒤에 클럽에 가는건 남녀노소 어디국적 할 것 없이 모두 비슷한 것 같다.
글 초반부에 적었듯이 교토에서 참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만큼 간절하게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열심히 도망친 전례가 많았기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지금 이때 포기하지 않은 게 참 감사할 만큼 현재 여러 이벤트가 발생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도 버티고 버티다 보면 이따금은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론 그 좋은 일 마저 무너질 때도 있겠지만 그 또한 더 좋은 일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항상 이를 인지하고 그 과정 하나하나 몸소 즐기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