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로부터 다시 걷는 정신과 의사
들어가는 글
정신과 의사 삼십몇 년.
은퇴하고 돌아서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의 눈망울들이 나를 붙잡는 것 같았다.
몸은 떠나 가지만 그동안 경험한 이야기는 남겨 두려고 한다.
언젠가는 돌아올 그들을 위해 그동안 써 온 낡은 노트 한 권을 의국에 두고 떠난다.
좌충우돌하며 겪은, 교과서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나만의 팁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실패담 모음이다.
하지만 그 실패가 출발점이 되었다.
대학 교수가 쓴 삼국사기와 같은 정사(正史)가 아니다. 그래서 학문적인 깊이는 없다.
임상가가 실패를 통해 몸으로 배운 삼국유사처럼 야사(野史)와 같은 글이다.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엘리트 코스를 가는 빛나는 영웅담은 여기에 없다.
실패는 했지만 아직 망하지 않은 이야기다.
내 인생도 네 인생도 어쩌면 한 번의 실패도 없는 엘리트는 아닐 것이다.
실제 정신과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고, 해야 하는지 후배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쓰다 보니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극복하면서 마침내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죽고 싶은데 살고 싶은가?
실패에서 출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가?
지혈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가?
나의 50~60대가 잘 그려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와 같이 가자
1호차는 전공의 일년 차에서 출발해서 가슴에 많은 상처를 가진 중년 의사로 돌아온다
2호차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출발해서 달나라까지.
치료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1호차에
마음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은 2호차에 타기를
저기 놓인 가운을 입고 이제 내 삶의 회진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