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이유 중 한 가지, 가지 마세요. 가세요. 결정하세요.
100가지 이유 중 한가지, 가지 마세요. 가세요. 결정하세요.
조이닝 전 주의사항이라고 해놓고 너무 극단적인 것이 아닌가 하겠지만, 이건 모두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차라리, 차라리.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특히 중동 베이스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 환경 속에서 적응하느냐 마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지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너무 극단적인게 아니냐고? 그렇지 않음 현실을 보기 힘들다. 나조차도 그랬다. 이는 나의 두 번째 항공사였다. 나는 이미 중동 경험이 있어, 쉽게 적응하리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1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FSC와 LCC의 격차는 컸고, 나는 적응하느라 바빴다. 늘 지쳤고 여유가 없었다. 친구들은 내게 없는 여유를 논하곤 했다. 많이 성격이 나빠졌고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 수밖에 날 살릴 길이 없었으니까.
사실 중동은 전혀 다른 환경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왜 중동 항공사는 기숙사와 교통을 제공하고 거기에 기회가 있다고 할까? 돈이 많아서일까? 단순한 생각이다. 그 이면에는 그리 하지 않으면, 아무도 조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숨쉬고 있다. 기숙사와 교통 제공 없이는 정말 매력이 없는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멀고, 승객들의 정서도 다르다. 아시아인, 한국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당신이 조인한다면 주의사항을 유념하고 가길 바란다. 그럼에도 당신은 많은 산과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 역시도 해낼 것임을 나는 안다.
정서가 다르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에 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 정서는 없었으며 그 흔한 국제 매너도 매몰된 상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 나는 상식적인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혹자는, 어딜가나 그렇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Way too much 이다. 당신이 조인한 후, 그 현실을 체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단단히 안전벨트를 매길 바란다. 이 여행은 당신을 안전하게 서서히 위험에 빠뜨릴테니까. 퇴사 후에 많은 이들은 이곳에서의 경험이 삶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겪지 않아도 됐던 건 아닐까?
때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나를 갉아 먹더라. 내가 납득할 수도 없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곳에서 그저 나만 이방인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빨리 떠날 채비를 했는지도 모른다. 누구는 너무 빠르다, 늦다 말이 많았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생각일뿐. 나는 대개 사람에게 조언하지 않는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변명이라고 치부하는 그들의 말도 사실은 깊은 곳에서 비롯된 자기 방어일지도 모른다.
날씨는 소위 말해 최악이다. 그저 단순한 더위가 아니며 이글이글 태양은 타오른다. 트레이너 중 한 명은 저건 태양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였다. 45~50도를 육박한 날씨. 날씨는 잠깐이지만, 나는 4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자랐기에 이는 크게 다가왔다. 나는 끝도 없는 지평선이 아니라서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푸르르른 한국이 그리워졌다. 향수병은 아니었지만, 딱 느꼈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이 더위는 내 상식 밖이었다. 여기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못 견디는 이 더위를 아시아의 이방인인 내가 견딜리가. 오랜 비행으로 면역력은 떨어지고 나는 아프다. 실내는 춥고 실외는 덥다 못해 견디지 못할 정도이다. 더위에 취약하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기를. 감기에 자주 걸린다면, 감기약을 달고 살 궁리를 하기를 바란다.
봄에는 노란 개나리가 곳곳에 자라나고 벚꽃 구경을 간다. 여름에는 바다나 계곡에 갈 계획을 세우고 푸르른 자연을 되돌아본다. 빨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준비한다. 눈이 많이 오면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이런 계절 속에서 자란 내게 그저 여름, 여름, 여름뿐인 곳은 참으로 익숙하지 않더라.
앞으로도 몇 가지 글을 써나갈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가 두 번째로 중동에 와 버린 이유에 대해서 궁금할텐데, 나는 커리어가 필요했고 또한 다시 비행하고 싶었다. 그게 이유였고 나는 이를 완료했다. 미션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