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칼끝은 언제 우리를 노리는가?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순간
만족하고
안심하고
안주한 순간
그 순간에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우리를 마중한다.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기대고 싶을 때 있지 않은가?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
짜증 밀물처럼 덮칠 때
괜한 눈물 폭발할 때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순간
인생 가장 달짝지근하고도 씁쓸한 순간
내 우주를 상대에게 떠넘기는 순간
스트레스 전가하는 순간
어리광 부리는 순간
그 어설프고 성긴 순간
그 순간이 우리가 죽는 순간이다.
'나'는 능동에서 수동으로 넘어가므로 죽고
상대는 내 우주까지 떠안았으므로
그 압력으로 죽는다.
속절없이 압사당해 죽는다.
엄마에게는 우리,
자주 내 우주 떠넘기지 않았던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감정들
밖에서 가지고 들어온 찌꺼기들
마구 배출해대지 않았던가?
공포영화의 조연들도 그 순간에 죽는다.
방심해서 죽고
경거망동하다 죽고
정신 혼미하여 죽고
경도되어 죽는다.
편한 관계라고 믿고 널브러졌다가 죽는다.
우리는 엄마를 얼마나 자주 죽여 왔던가.
때때로 자신조차 무신경하게 난도질하지 않았던가.
긴장 풀고 흐느적거리는 대신
차라리 잠자는 호랑이 코털을 뽑을 것
호랑이는 그대 방 한구석에
찌그러져 잠자고 있다.
긴장 푸는 순간,
설렘에서 해제되는 순간이
존재가 흐릿해지는 순간이다.
호랑이와 동거하는 자,
매 순간 팽팽하게 대치하는 자가 살아 있는 자.
당겨진 활시위를 놓기 직전의 설렘 유지하는 자가 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