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빅뱅
사람 목숨값은 얼마나 될까?
누구는 초개와 같고
누구는 한 가정의 무게와 같고
누구는 온 세계와 같을 수 있겠다.
누구에게는 저 뭇별에게 한 약속이고
누구에게는 가슴속 무덤일 수 있겠다.
차마 지워버릴 수 없는
내놓고 울 수 없는
피멍 든 포효일 수 있겠다.
21세기,
아직도 계급이 유령처럼 배회하는 이 세계에서
너와 나의 목숨값 같다고 말하는
순진한 자가 있을까?
내 목숨
지푸라기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다.
걸음걸음마다 명줄 온통 걸어도
세계를 얻는다는 신탁이 없다.
영원한 생명 누린다는
맹세도 없다.
내사람 하나 얻기 힘들다는 한숨만이
봄날 꽃비처럼 쇄도한다.
인생이 쓸쓸하다면 그런 이유일 것
의미 찾는 순례자들이
곳곳에서 객사하고 난도질당하는 까닭일 것
그 죽음 타개하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순간 안에서 명멸하는 것
모든 것 다 걸면 외롭지 않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생을 던져 넣는 것
내일 기다리지 않는 것
약속하지 않는 것
기대하지 않는 것
보상 바라지 않는 것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는 것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로
생을 건 도박 하는 것
애초 '나'는 빅뱅이었으니
이미 우주였으니
뒷일은 하늘에 맡기고
시간 위에 둥둥 떠
잠시 인간 옷 입은 세상에
집 하나 지어보는 것
나무 한 그루 심어보는 것
빈 도화지에 별 하나 그려 넣는 것
중심별 도는 행성이 아니라
하나의 별이 되어 반짝이는 것
때로 우주의 해먹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
생마저 여의어 버리고
있는 듯 없는 듯 휘적휘적 걸어 다니는 것
나아가는 것
그럴 때 우리 비로소 실존과 맞닥뜨리는 것
사람 하나 얻으려면
온 생 허공에 매달아 놓아야 한다.
목숨 걸어야 한다.
목숨 걸었다는 사실
대나무숲에도 발설 말아야 한다.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비밀
제 안에서 중심핵 만들고
시간 위를 굴러 별이 되도록
우주의 압력에 더욱 단단해지도록
그예 핵융합 일어나도록
특이점 통과하며 마침내 또 다른 아기우주가
탄생의 울음 터트리도록.
완성은 중요하지 않다.
황무지에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있는
그 태도가 거룩한 것.
완성은 다만 후대의 몫.
열매 따 먹는 것이 아니라 씨 한 톨 뿌리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명.
결과가 아니라 과정 편에 서는 것,
스스로 원인이 되는 것이 진리다.
긴 안목으로 기승전결 통째로 보는 것이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