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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당나귀 Sep 19. 2021

독일에서 겪은 인종차별

인종차별과 정치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 몇 가지와 해야 할 일 몇 가지가 있었다.

두 달간의 시험이 마무리되었고 하고 싶었던 일은 블로그와 브런치와 유튜브 가꾸기, 해야 할 일은 인턴 찾아보기 알바 하기 등등이 있다. 

독일에 와서 새로 배운 것은 세상에 인종차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부터 보이지 않는, 그래서 항의할 수도 없는 인종차별.

예술을 하는 한국 분들 중 독일에서 인종차별이나 아시아 여성으로서 겪은 성차별을 주제로 다루는 분들이 많다. 


나도 내 경험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사실 인종은 허구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다른 피부색이나 생김새일 뿐 사실 인간이라는 종은 하나인데, 피부색이 다르다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이종교배의 산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데. 

한국에서는 몰랐고 독일에 와서야 느낀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독일에서 겪은 인종차별 1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내가 사는 도시로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인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연설하러 왔다. 9월 선거를 앞두고 유세가 한창이라 매일 도시에서 도시를 오가며 연설을 하고 있다. 

나는 2년 전쯤부터 내가 사는 도시 청년 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모든 미팅이 줌으로 이뤄져서 아쉬웠다. 청년 녹색당 채팅방에 베어보크가 온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나도 가보기로 했다.

해가 쨍쨍했던 날 작은 도시 광장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다. 작은 야외 콘서트장 같은 무대가 설치되었고 녹색당 사람들은 초록 티셔츠를 입고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베어보크가 조금 늦게 도착하자 이 시의 국회의원 녹색당 후보가 먼저 연설(Rede)을 했다. 

베어보크가 도착해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다. 얼마 전에 심각했던 홍수 이야기, 아프가니스탄의 난민, 왜 기민당과 사민당이 아니라 녹색당에서 총리가 나와야 하는지, 기후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 독일 정치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표를 가장 많이 받아야 선거에서 이기고, 선거에서 이겨야 자기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똑같다.


베어보크의 연설을 듣고 잠시 앉아 쉬다가 금방 집에 가기로 했다. 그 이후에도 의사나 Fridays for Future활동가가 얼마나 기후 위기가 심각한지, 무얼 당장 해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계속 서있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타고 있는데 그 광장에서 어떤 10대 남자 그룹이 나를 스쳐 지나가며 ‚싱샹송 칭챙총‘이런 말을 했다.

평소 같으면 그 자리에서 ‚그건 인종차별이고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라고 말했겠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고 혼자 있어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진보정당이라고 하는 녹색당 선거활동 자리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니 그 생각이 났다.

한 친구는 매년 9월 말에 크게 열리는 Fridays for Future 시위에 나갔다. 기후 위기 중요하고 빨리 CO2 감축해야 하고, 정책이 빨리 바뀌어야 하는 건 맞아, 맞는데 그 시위에 나온 10대 무리한테 인종차별을 들었다고 한다. 왠지 더 씁쓸해지는 순간. 자기들은 자기네가 엄청 진보적이고, 시위에도 참여하는 의식 있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하겠지. 길거리에서는 자기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동양인 여성에게 인종차별하고 다니면서. 

독일에서 동양인 여성은 소수이며 소수자여서 주류가 될 수 없다. 인종차별 범주에도 들어갈 수 없다. 독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종차별은 반 유대주의, 반 무슬림 정도이다. 

여기 있으면 내가 총리가 되었건 CEO가 되었건 어쨌든 길거리를 걸으면 인종차별을 항상 당할 것이다. 그리고 인종차별은 곧 이 말과 같다. ‚넌 우리와 다르게 생겼으니 평생 독일 사회 일원이 될 수 없어 ‘

흥 누가 되고 싶다고 했나  




                                                                                                                                                     20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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