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 요리
요리는 헤아리고 다스리는 일.
음식 만들면서 내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려 정성으로 대접하며 덕을 쌓는 것이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요리 料理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 또는 그 음식. 주로 가열한 것을 이른다.
料 헤아릴 료(요)
斗(말 두) 자와 米(쌀 미)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斗자는 쌀이나 액체를 담을 때 사용하던 국자를 그린 것이다. 이렇게 국자를 그린 斗자에 米자가 결합한 料자는 국자로 쌀을 퍼 담는 모습을 표현
理 다스릴 리(이)
‘다스리다’나 ‘이치’를 뜻하는 글자이다. 理자는 본래 옥에 새겨 넣은 무늬를 뜻했었다. 단단한 옥을 깎아 무늬를 새겨 넣는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理자는 후에 간혹 실수로 구멍 낸 곳을 메운다는 의미에서 ‘메우다’나 ‘수선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일을) 처리한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요리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애써줬던 가족들에게도 요리를 몇 번 대접해주지 못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대접해주지 못했었다. 매일 내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려 덕을 쌓는 것이 요리라면 나는 나를 위한 요리를 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질문의 ‘누군가’의 대상으로 가족들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가, ‘나’역시도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먹은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마음을 잘 헤어리고 다스리고 있나?
뒤죽박죽 들쭉날쭉 뒤섞여 있는 나의 마음을 헤어리고 다스리는 일은 글뿐만 아니라 요리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마음 하나조차 알아주지 못해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은 경험 있지 않은가? 나조차 알아주지 않는 나의 마음을 누가 헤아리고 다스려 줄까?
중학생 때 국어선생님 책상에 붙어 있던 문장이 생각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남전대장경, 숫타니파타
내 마음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선 먼저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 강해지기 위해선 하루하루 내 마음은 내가 다스려야 한다.
매일매일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려, 하루 한 장씩 오늘을 쌓아가고 싶다.
정성이 들어간 요리는 ‘응원’이 되기도 하며 ‘휴식’이 되기도 한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일에 치여 살다 보면 그냥 ‘간편’하게 시켜 먹고 만다. 간편한 음식은 몸이 편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응원과 휴식이 없는 생활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터덜터덜 지쳐갈 때쯤 먹는 엄마의 요리는 그 비싼 오마카세 보다도 더 응원이고 휴식이 된다.
유교에서 이르는 다섯 가지의 복[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중 하나인 강녕은 '康편안 강', '寧편안할 녕'의 한자를 쓴다. 그리고 한자를 풀이해 보면 집에 곡식이 많아 편안한 모습 또는 친정 가서 편안한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요리가 주는 편안하고 안정됨은 큰 응원이고 휴식이다.
내 요리도 우리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요리가 되고 싶다. '너를 응원한다'는 '그러니 여기서는 푹 쉬라'는 응원과 휴식이. 나부터 작은 요리라도 먼저 가족에게 건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