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 해 동안 63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23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불과 24년 만에 출생아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변화를 만든 주범은 저출산입니다. 요사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죠. 저출산의 결과 중 우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연령별 인구비율이지요. 만약 우리나라가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연령별 인구가 얼마나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료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이용했습니다.
먼저 2000년 어린이와 청소년(0~14세)은 21명이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니고 일을 하는 나이(15~64세)에 해당하는 이들은 72명이었죠. 그리고 65세 이상의 성인은 7명이었습니다.
25년 뒤인 2025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11명이 줄었습니다. 10명밖에 되질 않아요. 성인은 그리 많이 줄지 않아 70명입니다만 어르신은 두 배 이상 늘어 총 20명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은 저출산의 효과가 어린 나이대부터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령 인구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평균 수명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령층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25년 뒤 2050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와 청소년은 8명밖에 되질 않습니다. 성인도 급격히 줄어 52명, 전체의 절반밖에 되질 않네요. 그런데 65세 이상의 노인은 40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 통계에서는 일하는 성인의 나이를 15~64세로 잡았습니다만 15~24세의 경우 대부분 학교를 다니거나 군대에 있어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이보다 적을 겁니다. 결국 2050년이 되면 일하는 사람 1명당 부양인구가 1명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문제는 부양 인구 비율만이 아닙니다. 먼저 국민연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로 40%에 달합니다. 이들의 소득을 책임질 국민연금은 현재 추계로는 2055년이면 고갈됩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연금을 받을 노인은 늘어나는 2050년, 과연 이 연금 체계가 버틸 수 있을까요?
의료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1명이 쓰는 의료비는 청장년층의 약 3배에 달합니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40%가 노인이니, 의료비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건강보험료를 낼 생산연령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25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지방소멸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입니다. 2050년이 되면 농촌 지역의 면 단위는 물론이고 많은 시·군 전체가 사실상 소멸할 것입니다. 학교는 문을 닫고, 상점은 사라지고, 버스도 끊기는 지역이 속출할 것입니다.
국방력 유지도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 군은 50만 명의 병력을 징병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 입영 대상 20세 남성은 약 26만 명입니다. 2050년이 되면 이 숫자는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병력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저출산입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24년 0.72명으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OECD 38개 국가 중 압도적 최하위입니다. 2위인 스페인(1.19명)과도 큰 격차가 있으며, 저출산으로 유명한 일본(1.20명)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고, 24년째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장기 초저출산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대에는 연간 출생아가 20만 명 아래로, 2040년대에는 15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저출산의 누적 효과는 총인구 변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3만 명을 정점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현재 약 5,168만 명이며,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2050년에는 4,71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2072년에는 3,6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불과 50년 만에 인구가 30% 넘게 줄어드는 것입니다.
저출산의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치솟는 주거비와 양육비, 장시간 노동 문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 구조,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과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약 380조 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막대한 예산 중 실제 출산·육아 직접 지원은 40% 남짓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청년 창업, 대학 구조조정, 심지어 템플스테이 지원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둔갑했습니다. 이런 엉뚱한 예산 집행 속에서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멀어 보이지만 2050년은 금방입니다. 지금의 20대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는 시기지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만 5~10년이 걸립니다. 건강보험 재정 구조를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군 구조 개편, 지방 소멸 대응, 이민 정책 수립. 이 모든 과제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2050년에 맞추기 빠듯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출산율 자체를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는 18년간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왜일까요? 예산의 절반 이상이 출산·육아와 무관한 곳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집을 살 수 없어요." 이것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있지만 대부분 소형 평형이고, 전세자금 대출 한도는 실제 전세가와 괴리가 큽니다. 정책이 있어도 실효성이 없는 것입니다. 청년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적정 면적의 주택을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소유에서 주거 안정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울 돈이 없어요." 이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현재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3억 원 이상이 듭니다.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프랑스는 셋째 아이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독일은 월 33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합니다. 우리도 보육료, 교육비, 의료비에 대한 직접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요." 이것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에서 밀리고, 복귀하면 한직으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유럽처럼 육아휴직을 당연한 권리로 만들고, 기업이 실제로 육아휴직을 보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책이 제때 시작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