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100가구가 사는 마을이라 생각합시다. 이 마을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7,185만 원입니다. 어떤 이들은 나도 그 정도는 벌지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나 주변 사람 중에 연 소득이 7천이 넘는 집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월급이 600만 원 이상 된다는 이야기니까요.
실제 통계도 이를 말해줍니다. 대한민국이 100가구가 사는 마을이라면 5가구는 연 소득이 1,000만 원도 되질 않습니다. 20가구는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를 법니다. 또 다른 20명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입니다. 16명은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 17명은 7,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법니다. 여기까지가 79명입니다.
나머지 21명은 1억 원 이상을 법니다. 그중 20명은 1억 원에서 2억 원 사이이고, 단 1명이 2억 1,673만 원이나 됩니다. 즉 평균 소득 이상을 버는 이들은 100가구 중 40가구가 채 되질 않는 겁니다. 2억 원이 넘는 돈을 버는 1명과 2억원 가까이 버는 10명 정도가 마을 전체의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이 마을에서 50번째와 51번째 가구의 소득은 5,681만 원입니다. 이를 중위 소득이라고 합니다. 월급이 500만 원 조금 되질 않는 거지요. 이 정도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부가 같이 벌든 아니면 외벌이든 한 집에서 버는 소득은 이 정도가 보통입니다.
왜 평균이 아닌 중윗값을 봐야 할까?
이처럼 평균은 극단값에 쉽게 흔들립니다. 억만장자 한 명이 마을에 이사 오면, 마을 주민들의 실제 소득은 그대로인데 평균 소득만 껑충 뛰어오릅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 근로소득자의 평균 소득은 2억 1,673만원입니다. 전체 평균의 약 3배입니다. 상위 0.1%로 가면 평균 소득이 11억 3,769만원까지 올라갑니다. 반면 중윗값은 극단값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억만장자가 오든 가든,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윗값이야말로 ‘보통 사람‘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유엔,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이 소득 불평등을 측정할 때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극단적 소득이 만드는 ’평균‘이 정책 판단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복지 정책도 이미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위 소득의 30~50%를 기준선으로 삼고,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8%, 교육급여는 50%를 기준으로 합니다.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본다는 것은 중위 소득 아래 절반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겠다는 뜻입니다. 연 소득 3천만 원 미만인 25%의 가구, 5천만 원 미만인 45%의 가구.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어떤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에서 월세 내고, 아이 둘 키우고, 노후를 준비하기에 중위 소득 연 5천만 원은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중위 소득 이하라면 더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좀 더 살펴보죠. 우리나라가 100가구가 사는 마을이라고 하면 그중 4분의 1일 25가구는 연 소득이 2,000만 원 정도거나 그보다 낮습니다. 월 200만 원 정도라면 3인 가구가 살기에 빠듯한 돈이지요. 미래에 대한 준비는 거의 할 수 없을 거고요. 그리고 다섯 가구, 대략 10만이 넘는 가구가 월 소득이 100만원이 되질 않습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가구, 가장이 장애인인 경우, 조부모와 아이가 사는 조손가구, 어머니와 아이가 사는 한부모가정, 노부부가 농사를 짓는 경우 등이 있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는커녕 매달 살이 내는 것 자체가 힘든 금액입니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생길 때입니다. 누군가 한 명 아프거나 다친다면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또 가족 중 누군가 지병이 있다면 일상이 지옥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그것도 파트타임 일자리로 살아갑니다. 고용 보호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죠. 어느 날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점심이나 저녁 바쁠 때 허드렛일을 하는 식당이 문을 닫는 경우, 매일 가던 물류센터에서 갑자기 일거리가 떨어지는 경우, 계속되는 장마로 일이 끊어지는 경우, 언제든 월세를 내기 위해 당뇨약이나 혈압약 사길 미뤄야 하게 됩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국세청, 2023년 국세통계연보
참고: 이 글의 모든 수치는 공식 통계자료에 근거했으며, 그래프는 실제 소득 분포를 100명 기준으로 단순화하여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