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에서 한국의 평균 소득과 중위소득 그리고 불평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중위 소득(5,681만원)을 버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는 어디쯤 위치할까요?
놀랍게도 전 세계 상위 10%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평균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전 세계 관점에서는 상위권입니다.
전 세계를 100명 마을로 본다면
2025년 World Inequality Report의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상상해봅시다.
50명은 연 소득이 765만원입니다. 월 평균 64만원. 하루 약 2만원으로 생활합니다. 이것이 지구 인구 절반의 현실입니다. 40명은 연 소득 1,740만원을 법니다. 월 145만원. 한국 최저임금보다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100명 중 90명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9명은 연 소득 7,700만원입니다. 월 642만원. 한국 평균 소득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마지막 단 1명이 연 4.2억원을 법니다. 월 3,500만원. 하위 50명 전체가 버는 돈의 2.5배를 혼자 가져갑니다.
전 세계 평균 소득은 약 2,100만원입니다. 하지만 중위 소득은 765만원입니다. 평균이 중위의 2.7배나 됩니다.
한국에서 평균(7,185만원)과 중위(5,681만원)의 차이가 26%였다면, 전 세계에서는 175%입니다. 한국보다 7배나 큰 격차입니다.
왜 전 세계는 한국보다 불평등할까?
전 세계 소득 분포가 한국보다 훨씬 불평등한 이유는 두 가지 불평등이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미국, 독일, 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와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격차입니다. World Bank 데이터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 국민은 저소득 국가 국민보다 평균적으로 50배 이상 많이 법니다. 노력이 아니라 태어난 나라가 당신의 소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각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미국에서 상위 1%가 되려면 연 소득 3억 4천만원 이상을 벌어야 합니다. 한국도 상위 1%의 평균 소득이 2억 1,673만원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65%를 가져갑니다. 예멘에서는 상위 10%가 59.5%를 차지합니다. 부유한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내부적으로 극심한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두 불평등이 단순히 합쳐지는 게 아니라 증폭된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최상위 1% (5,600만 명)는 거의 대부분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 전체 인구는 하위 50%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나라 간 격차와 나라 내 격차가 결합되어 극단적인 전 세계 불평등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전 세계 최상위 0.1% (560만 명, 싱가포르 인구 정도)가 버는 소득이 하위 50% (28억 명, 중국+인도+미국+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브라질+러시아 인구 전체) 전체가 버는 소득과 같습니다.
한국인은 어디에 있나?
한국 중위 소득 5,681만원은 전 세계 중위 소득 765만원의 7.4배입니다. 한국 평균 소득 7,185만원은 전 세계 평균 소득 2,100만원의 3.4배입니다. 한국에서 중위 소득을 버는 사람은 전 세계 상위 10% 안에 듭니다. 한국에서 "평균 이하"라고 느끼는 사람도 전 세계적으로는 상위 20% 안에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것이 한국 내 불평등 문제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도 중위 소득 이하 50%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중요한 건 맥락입니다. 같은 소득이라도 서울에서 월세 내며 사는 것과 방글라데시 시골에서 사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생활비가 다르고, 필요한 사회 안전망이 다르고, 직면한 문제가 다릅니다.
평균은 언제 필요한가?
그렇다면 평균은 쓸모없는 통계일까요? 아닙니다. 나라 간 비교를 할 때는 평균이 유용합니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려면 1인당 GDP나 평균 소득을 봐야 합니다. 중위값만 보면 나라의 전체 생산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회 내부의 실상을 볼 때는 중위값이 필수적입니다. 평균만 보면 "우리 사회가 부유하니 복지는 덜 필요하겠지"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위값을 보면 "절반은 이 수준 이하구나,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뭘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전 세계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평균 소득 2,100만원은 "인류가 생산하는 부의 총량"을 가늠하게 합니다. 충분히 모두가 괜찮게 살 수 있는 생산력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중위 소득 765만원은 "실제로 절반의 인류가 사는 수준"을 보여줍니다.
평균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중위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데이터 출처**:
- World Inequality Report 2026, World Inequality Lab
- World Inequality Database (WID.world), 2025
- 통계청,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査
**참고**:
- 소득은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환율 €1 = ₩1,500 적용
- 전 세계 데이터는 2021-2025년 추정치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