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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Nov 16. 2024

D-1089

Diary

비가 많이 내렸다. 내일부터 추워진다고 하던데 올해 따라 유난히 길었던 가을이 이제 끝인가 보다. 이제는 무서운 한국의 겨울이 시작되나 보다.

그래도 먼가 우울하고 생각이 많아져서 비가 오지만 시원하게 내려서 그냥 요트 옷 입고, 모자 쓰고 걸었다. 어쩌면 비를 맞고 싶었다.


내일은 할머니의 생신이시다. 그런데 작년의 생신 재작년의 생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도 매년 다 같이 모여 식사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사진도 찍고 어느덧 할머니 옆에 오래 계시던 할아버지는 먼저 떠나시고, 할머니는 앞이 잘 보이시지 않으시고, 기억조차 과거로 돌아가신듯하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나를 들고 업기도 하고, 요리도 해주시던 할머니가 어느덧 잘 걷지도 못하다니, 잔인한 시간의 그래프 축을 없애서 변수에서 제거하고 싶다. 세계를 지배했던, 진시황도 바이든도 다들 결국 시간의 힘을 이기진 못했나 보다.


 나이가 들면, 가장 무서운 것이 주변을 보는 시각을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 살면 되는 인생인 줄 알았는데 주변이 점차 보이다 보니, 결국 점점 내 시간은 줄어들고 다른 곳을 보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점차 모두를 바라보기엔 너무 넓어져 점차 축소되는 것 같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하루하루를 그저 소비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것 같다. 뒤돌아보면 하염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보니, 지금은 시간의 그래프가 많이 흘러간 루루는 이제 잘 걷지를 못하고,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이제는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그때, 산책 나가 같이 눈을 밟고 차가워하는 모습과 같이 침대에서 잠자고, 아주 강하게 짖던 루루는 어느덧 조용히 있다. 시간의 그래프가 꺾여버릴까 봐 겁이 난다.


에너지 넘치던 엄마 아빠가 이제는 하염없이 작아 보였다. 머리에는 어느덧 새하얀 눈이 내린 것 같고, 이제는 먹는 것,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터팬으로 살려고 하여도 도저히 이제는 무시하지 못하고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시간을 나에게만 쓰지 말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내 인생 행복을 좇겠다고, 나에게 행복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이기적으로 이것저것 전부 해봤다. 근데 나에게는 꿈이 있다 이렇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떠들면서 다니기도 했다. 나 또한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다가 다른 길로 가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이 합리화 과정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짓말쟁이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후회를 하지 않는다. 후회를 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이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게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엄마와 이야기를 해보니, 엄마도 Happy Ending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 늘 인생을 살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그리고 지구의 있는 모든 인류들은 각자의 드라마를 찍으며 살아간다. 엄마의 인생에서 나는 악역이었을까, 조연이었을까, 명품 조연이었을까 과연 나의 비중은 얼마나 됐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엄마의 드라마에서는 나는 멋진 조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부모님과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졌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과정을 즐기다 보면 결과가 즐기기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달관의 세계로 가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는 피터팬에서 잠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실현하려면 어쩌면 1년 정도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실현해도 크게 바뀌는 게 없겠지만, 나도 시간을 보내고 후회하며 과정을 즐기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좋은 조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최소한에 걱정은 만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취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나의 가치를 만들고 안정이 되면, 피터팬으로 돌아와야겠다.



나의 20대가 어느덧 1089일 남았다. 20대 시간 카운트를 알려준 나와 비슷한 Mongoose shout out 하며, 어쩌면 비슷한 삶을 살았을 것 같기도 하다.


Fleuve 흘러가듯 그게 인생이듯이


나도 내 드라마는 Happy Ending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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