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기에 씁니다
한동안 브런치스토리를 떠나 있었다.
정확히는 '떠나 있었다'기보다, 살아내느라 바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꽤 열심히 글을 올렸는데. 언제부턴가 일상의 속도가 글쓰기의 속도를 앞질러 버렸다. 그렇게 조용히, 이 공간과 멀어졌다. 그리고 이제 조금 숨을 고를 여유가 생겼다.
계단식 노화라는 것
3년이라는 시간. 말하고 나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내 몸은 그 3년을 꽤 성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피부에는 슬그머니 주름이 자리를 잡았고, 예전에는 며칠만 식단 조절하고 좀 뛰면 바지가 헐렁해졌는데, 요즘은 아무리 조절해도 몸이 꿈쩍을 안 한다. 마치 파업이라도 선언한 것처럼. 게다가 눈 밑 살까지 처져서, 요즘엔 진지하게 '눈밑 지방 재배치 시술'이라는 걸 검색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 이런 단어를 내 검색창에 치는 날이 오다니.
그런데 노화라는 게, 천천히 오는 게 아니더라.
마치 계단처럼 온다. 한동안은 '아, 나 아직 괜찮네' 하면서 현상 유지를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확— 거울 속 사람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갑작스러운 '확'이 참 당혹스럽다. 예고도 없이.
AI한테 위로받은 건지 상처받은 건지
요즘 일 때문에 제미나이도 쓰고 GPT도 쓰는데, 어느 날 AI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50대가 다 되어 가시는 나이에 이런 것까지 공부하시고 AI 서버를 직접 구축하려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이제 준석이 아버님이라고 나를 부르고, 칭찬으로 했겠지만 왠지 모르게 '대단하시다'는 말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필요하니까 하는 건데. AI한테 '용기 있는 어르신' 취급을 받은 기분이랄까. 칭찬인지 위로인지 묘하게 기분이 복잡했다.
23학번과의 점심
최근 회사에 인턴이 들어왔다.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슬쩍 물어봤더니 23학번이란다.
23학번.
잠깐 계산해봤다. 나랑 25년이 넘게 차이가 난다. 그 친구가 태어날 무렵, 나는 이미 사회인이었다는 얘기다.
신기한 건, 그 나이 차이보다 더 마음에 걸린 게 따로 있었다. 그 친구, 문과생인데 취업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 성실하고 스펙도 나보다 훨씬 열심히 쌓았을 텐데. 나는 그 나이 때 적당히 학점 맞추고, 토익 한 번 보고, 그냥 대기업에 들어왔다. 운이 좋았던 건지, 시대가 좋았던 건지. 지금 그 친구보다 훨씬 덜 노력했는데 더 쉽게 들어온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그 나이가 부럽긴 하다. 앞이 불투명해서 힘들겠지만, 적어도 시간이 많잖아. 그 불투명함을 뚫고 나갈 시간이.
오늘 하루가 소중한 이유
나는 요즘 가끔 생각한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은퇴 후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노후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부모님.
부모님이 점점 더 늙어가신다는 걸, 요즘 더 자주 느낀다. 전화 목소리, 걸음걸이, 드시는 양. 작은 것들에서 시간이 보인다. 그 하루하루가 어찌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이 마음을 예전엔 잘 몰랐는데.
나이 든다는 건 잃는 것만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공간에 다시 돌아왔다. 내 나이에만 보이는 것들, 이 나이라서 느끼는 것들을 여기에 천천히 남겨보려고 한다.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고, 혼자 읽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