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헤어질 결심(2022)'
형사인 남자는 성실하고 바른, 패턴화 된 인물.
그는 잠복근무하며 살인 용의자 여자를 엿본다.
이 영화에서 엿보기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서로를(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물론 한계가 있다.
요양보호사 여자는 외국인으로 언어적 제약이 있고
남편의 죽음에도 놀라지 않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다소 낯선 이방인이다.
이 여인은 자신에게 매우 충실한데
가치판단의 기준도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부에 있는 듯하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관계설정.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되는 관계지만 서로에 대한 탐색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사랑을 키우게 된다.
여자에게 점차 빠져드는 형사는 정체성과도 같은
자신의 직업윤리에 균열을 경험하게 되고
직업적 자부심 또한 여자로 인해 붕괴되기에 이른다.
그는 결국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못하고
붕괴 직전 여자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반면 여자는 일시적으로 남주를 떠나도 보지만 이내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달려든다.
여주는 핸드폰을 바다에 던져 증거를 인멸한 뒤 자신을 수장,
미결 사건의 중심인물로 남는다.
남자는 결국 헤어질 결심을 하고
여자는 자신을 불살라 남자 사랑하기를 결심한다.
남자가 여자와 헤어진 이유는 자신이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고
여자가 죽음(일종의 헤어짐)을 선택한 이유는
미결수로 남아 영원히 남자 곁에 남기 위해서다.
남자는 여자와 헤어질 결심을 함으로 자신을 되찾기를 바랐고
여자는 헤어질 결심, 죽음을 선택함으로 자신을 남자에게 영원히 옭아맨다.
난 이 영화에서 두려움 없는 사랑, 모든 것을 불사하는 사랑
사랑 단 하나만 중요한 사랑, 위험한 사랑을 보았다.
그러나 이 지독한 사랑은 아무도 구원하지 못한다.
남자도 여자도…
이 세상이 말하고 있는, 하고 있는 모든 행위의 주제는 ‘사랑’
사랑의 대상이 각자 다르고 추구하는 방식과 태도가 다를 뿐이다.
그저 순진하게 사랑을 숭고하고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일인가?
무엇을(누구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존재를 살리는 사랑도 있지만
존재를 또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사랑도 있어 보인다.
인류의 오랜 사랑의 결과를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가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의 사건, 사고 앞에서 해결을 위해 나름 노력하며 안간힘을 쓰지만
어쩌면 모든 불투명과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잘못의 증거를 인멸하며
자신을 소진, 소멸하면서까지 자신의 사랑,
그 대상이 자녀, 돈, 명예, 건강, 자기 자신… 무엇이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오리무중의 상태,
미결로 남는데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추구하는 것, 자신의 삶과 미래는 투명한가?
안갯속에 연기 속에 빠져 분별없이 열심만으로 인생을 내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지독한 사랑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무엇이 되려고 하기 전에, 무엇을 가지려고 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하려고 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가만히 있는 게 죄악처럼 여기지는 시대,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오늘의 세상이 과연 함께 손잡고 나아갈만한 세상인가…
인생은 결심(결정)들의 연속
그 결심의 준거는 자기 중심성에 있는 것 같다.
단지 결심을 실행 가나 가는 방식이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