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The Whale 2023
사무엘 D. 헌터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각본, 감독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의 영화.
영화는 파트너를 잃은 아픔과 가족을 버린 죄의식에
사로잡혀 폭식의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는
자기혐오에 빠진 272kg 찰리의
자기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나 조직의 규율이나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상당한 대가가 지불되는 것 같다.
편견과 혐오에 자신을 가두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해받고 인정받을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한 저항으로
찰스가 선택한 방식(폭식)은
찰스 자신에게 폭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폭식은 자기 무덤이 되고 만다.
마치 소설 모비딕에서 에이허브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결국 목숨을 잃었던 것처럼…
찰스의 분노는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그의 무시무시한 살덩이는 편견과 혐오의 무게였다.
무덤에 이유가 있다면 각자에겐 입장이 있다.
누군가의 입장에 서면 상대는 악마가 되기 십상.
그런 의미에서 찰스와 그의 딸 엘리, 그 밖의 어떤 인물도
‘정해진 선과 악’으로 규정되긴 어려워 보인다.
그저 자기 입장을 달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갈 뿐, 그뿐이다.
누군가가 단 하나의 사실( or 차이)로 공동체에서
소외되어야 한다면
그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수십 가지의 이유는,
그 많은 이유들은 간과되어도 된단 말인가?
영화에서 각자에겐 서로가 필요했다.
구원의 손길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기독교 교리와 인본주의의 충돌!
기독교는 구원을, 인본주의는 인간다움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찰스는 욕망에 이끌렸고 자신을 파괴해 가며
스스로 고독에 갇혔지만 누구보다 인간다움에 천착했던 인물.
“사람은 놀라운 존재야”
그의 믿음처럼 인간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분 지어질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또 다른 사랑을 위해 앞선 사랑을 내버릴 수 있는
존재라 할지라도..
인간 찰스는 동성애에 빠져 아내와 어린 딸을 버렸다.
책임 없는 사랑의 가벼움이라니….
그러나 그 가벼웠던 사랑은 무르익어 용서와 화해를 불러오고
이 영화는 인간 스스로의 구원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를 진정 역겹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우린 지금 어떤 고래와 ‘파멸이 약속된 싸움’을 벌이고 있는가?
우리의 분노, 탐욕, 욕망, 이기심이 향하는 고래는
감정도 이성도 없는, 옳고 그름의 판단과도 무관한
실체 혹은 가치일 수도….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것들에 집착하며
고래와의 무자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너무나 소중한 많은 것들을 걸고서…
*모비딕: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