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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맘 그레이스 Aug 20. 2023

폐허 속 인간의 선택

영화이야기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대지진, 폐허, 남은 자들의 생존게임이 시작되다


영화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한 폐허 속에서

참혹한 시험대에 오른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

유일한 희망은 인간애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동시에 영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사회문제를 함의하고 있다.  

차별과 차등, 타자, 소외, 계급, 빈부, 선과 악, 구별짓기, 이기주의, 공동체주의, 난민문제까지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 위험요인 제거 즉 아파트 주민이 ‘아닌’ 사람들을 몰아내는 데 뜻을 모은다.

공존의 가치와 질서는 오직 황궁 아파트 주민들만의 것이라는 원칙 아래  영도자를 뽑아 나름의 규율과 시스템을 구축, 그들만의 왕국을 세워 나간다.


그러나 왕국 밖에는 또 다른 살아남은 자들이 있는데…

계속되는 위기, 갈등의 심화 속에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왕궁을 빼앗기고 쫓겨난다.

영화는 재앙에 가까운 재난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소수 무리의 생존을 확인시키고

끝을 맺는다.

그들이 ‘남은 자’가 되어 또다시 폐허가 된 세상을 구하게 되리라는 희망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진부한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콘크리트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사용된 건설재료로 로마의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도로, 다리,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18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 근대건축의 주축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 콘크리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영화에서 콘크리트는 ‘문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아파트로 대변되는 ‘인간 욕망의 결정체’로서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과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

재미있는 것은 concrete 는 ‘현실의, 구체적‘ 이라는 뜻으로, 실제적 현실에 뿌리를 둔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공상적 세계 ’유토피아‘와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애초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욕망으로 점철된 문명을 상징하는 ‘콘크리트’와 대치시킴으로써 늘 ‘이상향’을 꿈꾸나 인간의 한계, 인간의 본성 등의 이유로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그려 나가다, 그럼에도 ‘인간다움’에 대한 믿음, 즉 구원은 결국 ‘인간에 의해‘ 뭐 이른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살아남는 것’과 ‘인간성 상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군상.

영화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본인의 생존이 ’선택‘이라고 믿지만 ’우연‘에 따른 선택(?)일 뿐임을 시사한다.

그들이 선택받아야 할 어떤 이유나 근거도 없었으니까.

그저 ’우연‘이고 ’은혜‘일 뿐이다.

기독교에서의 ‘택함’ 즉 구원이 신의 ‘은총’에 따른 것이 듯.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신의 은총을 입은 인간’에 머무르지 않고 결국 인간성을 잃지 않은 남은 자들이 ‘스스로를 구한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96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는데

결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병헌 배우의 존재감이 확실했고

박보영이 연기한 명희 캐릭터가 갖는 한계에 실망했고

영화음악이 몰입에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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