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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영 May 27. 2024

언제 어디서나 재즈는 행복하게 만들어

오키나와 재즈 클럽

작년 오키나와 여행에서 처음 라이브 재즈를 입문하고 난 후부터 줄곧 한국에서 여러 재즈 클럽을 돌며 도장 깨기를 했다. 일반 음원으로 듣는 재즈도 좋지만, 재즈의 특성상 연주자들끼리의 호흡과 관객과의 호흡이 하나가 되는 공기가 그 맛을 한 층 더해주기에 라이브 재즈의 매력은 끝도 없다. 이번 여행에서도 재즈 클럽을 방문하게 되었다.



오늘 재즈 클럽 방문을 할지 말지 망설이던 내가 멍청하다 느낄 만큼 여전히 난 재즈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일랜드 롱 아이스티를 마셔보았는데, 맛과 분위기 그리고 연주자들의 선곡이 잘 어울려서 안주 없이 조금씩 마시는데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1,2부 연주 동안 주인공이 되어 몰입하여 연주하시는 연주자 분들의 인생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워 보여 부럽기까지 했다.


또, 약으로 인해 모든 욕구가 그리고 흥미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대로 나는 내가 사랑하던 것들을 사랑하고 있었다. 문학이든 전시든 음악이든.


우린 항상 언제나 어떤 모양으로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사랑하길 그리고 사랑받길 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나의 사랑만큼 상대에게 바라고 불안해한다. 약을 먹고 난 뒤로, 모든 감각이 전에 비해 크게 예민해지거나 혹은 무감해지기에 그저 나에게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것 만으로 이젠 감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걸로 이미 충분한 것을 상대에게 받았다는 걸 잊은 채, 불안해하곤 한다.


 다른 사람보다 무감해진 나에겐 그런 마음이 도래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느낀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인 것은 도대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혹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우들은 과호흡이나 불안증세가 찾아올 때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과 감정의 변화로 인한 증세를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다. 심장이 심하게 뛰어 숨이 가빠지기 전에 애플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한 후 곧바로 필요시 약을 얼른 먹고 진정을 시킨다. 그럼 모든 증세가 약화되는데 구별이 가능할까?


아직도 모르겠다. 여전히 사랑하던 것들을 사랑하고, 사유하며 그 안에서 가슴 뛰는 것보다 평안함을 지표 삼아 하나씩 하나씩 둔해진 감정들을 조금씩 일깨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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