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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래랑 Aug 31. 2023

<피아노라는 아름다운 것>

중 EP. 2 <나 자신이 한없이 미련해 보일 때>

 슬럼프… 진짜 피아노만 보면 너무 화가 나고 짜증 나는 게 슬럼프라는 것이다. 슬럼프는 가리지 않고 누구나 오는 증상이다. 슬럼프가 너무 세면 절벽으로 무너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 슬럼프를 이기고, 성공한 사람들이 피아니스트들이다. 그들은 슬럼프를 이기고 자신을 절제했던 사람들이기에, 비로소 실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모든 전공자들과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며.


  어찌 보면 피아노 위에서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슬럼프였을지도 모른다. 3년 동안 계속 피아노만 보면 슬프고, 짜증 나고, 화나고 오만가지 감정이 날 휩쓸었기에 툭하면 피아노 때문에 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내 속의 무언가가 날 붙잡았기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음… 내가 피아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옆 방에 입시생 한 명이 되게 어려운 곡을 치고 있었다. 그런 손놀림에 비해 나는 손놀림이 아주 둔하여 도와 레밖에 못 치는 주제이니 난 정말 미련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참 그 생각을 했다는 게 웃기다. 입시생들 뿐만 아니라 모든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경험이 있을 터인데, 나 혼자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멍청하게 보여 심장을 조여매는 고통이 나를 감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좀 그런 것 같다. 체질이 맞진 않는 것 같아서, 엄마에게 부르짖었다. 난 피아노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계속, 붙잡지도 않고 버텨오신 엄마도 참 존경스럽다. 나라면 얼마 못 가 그냥 끊어줄 텐데..


“이거 언제 다해”라는 마음이 앞을 가리겠지만, 즐거이 하다 보면 진짜로 시간이 막 간다. 인생은 웃기게도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선생님께 들은 가장 인상 깊은 말은 “재능 없다는 소리 하지 마. 너 5시간을 밤새 꼬박 연습해 놓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으면 그때 그렇게 판단해도 늦지 않아.”라며 날 다독여 주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말로 앞만 보며 꼬박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진짜 독자분들도 이 말을 가슴속에 박아 넣으며 연습하면, 나날이 발전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끈기가 없는 사람이다. 내면 속에 재능은 키우면 되지만, 끈기가 없으면 다 소용없다. 그리고, 만약 울고 싶다면 울어도 된다. 그리고 오늘까지만 울고, 진짜 울지 말아라. 발전은 얼마든지 되니까. 발전이 없다는 것은 죽었단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죽었던가? 아니지 않은가. 살아있기에 배우는 것이고, 살아있기에 이 글을 읽고 있지 않은가. 만약 슬럼프가 온다면.. 이 방법을 써도 된다.


첫 번째. 그냥 즐겨라. 좋아하는 곡을 쉬운 버전으로 편곡한 곡도 많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클래식이라면 쉬운 버전으로도 있을 것이기에. 마냥 어려운 곡만 치면 당연히 슬럼프가 찾아오니 재미있는 곡도 많이 쳐보아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피아노가 즐거워진다.


두 번째, 친구랑 같이 듀오곡으로 쳐보아라. 같이 티격태격하며 만들어진 곡은 무엇보다 아름다울 테니.  게다가 재미까지 더해지니 듀오의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세 번째, 좀 엉뚱하게 쳐보아라. 등을 돌려 팔을 꺾어 치면 나의 바보 같은 모습에 어이없어 웃게 될 것이다. 나도 종종 힘들면 그렇게 쳐본다. 슬럼프는 극복 가능하지만 벌게지는 얼굴은 나도 장담 못한다.


슬럼프는 의사가 찾아와서 막 링거 맞고 입원해 고쳐지는 바이러스병이 아니다. 자신을 이겨야, 슬럼프를 이기는 것이다. 나 자신이 한없이 미련하고 멍청해 보일 때, 주변에게 도움을 받아도 좋다. 한국인들은 성격 좋기로 유명하고, 가족, 이웃, 친척들도 언제든지 마음의 문은 열려있으니. 행복해질 피린이 들을 열렬히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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