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WA코리아 남현우 ECD
광고계에서 25년, 함께한 브랜드만 40여 개, 제작한 콘텐츠는 300편이 넘는다. 2018년 이후 매해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며, 감각과 정교함을 겸비한 크리에이티브로 광고계에 묵직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TBWA 코리아의 남현우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2024년 감각의 정점을 보여준 투썸플레이스의 스초생 캠페인을 비롯해, SK지오센트릭 무한자원크리에이터 캠페인, 하이트진로 100년만큼 100년더 캠페인이마트 와이너리 캠페인과 국산의 힘 캠페인 등 수많은 인상 깊은 광고를 만들어온 그는, 후배가 선배보다 많아진 지금, “우리가 만드는 것이 후배들의 환경이자 커리어”라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광고를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표현하는 그에게,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힘과 그 과정에 필요한 태도에 대해 물었다.
스초생 캠페인은 한국 광고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ECD님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스초생은 그동안 ‘감각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요소들이 실제 시장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한 작업이었습니다. 단 1초를 위해 밤새워가며 디테일을 조각한 노력이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저에겐 굉장히 상징적인 프로젝트예요. 당시는 콘텐츠가 점점 스낵화되던 흐름이었는데, 수많은 광고 중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 감도 높은 비주얼과 시네마틱한 연출, 서체까지 직접 제작한 자막이면 가능하리라 확신했죠. 스초생 이후 광고계 전반에 즐거운 변화가 있다면, 자막, 미장센, 화면의 감도 수준이 높아진 것 같아요. 광고업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능력을 더할 '빈틈'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지나가던 부분도 한 번 더 고민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최대치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혹시 약간의 기여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봤습니다.(웃음)
그렇다면,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제안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용기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제안해 보겠다는 마음과 같습니다. 불확실한 것에 시간과 체력,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이기도 할뿐더러 때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제안이 진심을 담아 더 잘 전달되곤 했습니다. 이런 제안이 곧 우리를 보여주는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진심의 전달입니다. 논리적 타당성이나 주장보다 더 중요합니다.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반드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진심은 결코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고집이 아니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마지막은 책임감입니다. 우리를 믿고 함께해 준 광고주와 모든 관계자에게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기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진다 해도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 그 하나뿐입니다.
성과를 판단할 때는 어떤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에피소드’입니다. 실패와 성공은 결과일 뿐이고, 정말 좋은 캠페인에는 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더라고요. 살아있는 갈치를 촬영하러 밤바다로 갔던 일. 춤추기를 꺼려하는 배우에게 춤을 몸으로 하는 연기로 설득했던 일. 화산마을 정상을 직접 올라가 보며 보고가 끝난 카피를 수정했던 일. 자개공예하는 방법을 연구했던 일. 1920년대 스타일을 제안했던 일. 에피소드가 끝이 없습니다. 아마 익숙한 길을 가는 과정이라면 에피소드라고 기억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패할 수 있지만 꼭 해봐야 했던 모험들이었죠. 들려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쌓이는 거야말로 진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명함에 CREATIVE란 단어를 쓰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도를 위한 용기는 당연한 숙명이자 제 직업의 기본 태도라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은 결국 어디에서 시작된다고 보시나요?
인사이트의 발견에서요. 그래서 문제를 항상 의심하고 해체하는 게 첫 번째 일이죠. 그다음은 책상을 벗어나 인사이트를 찾아야 합니다. 세스코 캠페인 PT를 준비할 때, 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굉장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왕개미에게 약을 전달하려면 ‘기미상궁 개미’가 먼저 시식해야 하는 구조이고, 이 약이 안전한 먹이라고 속이기 위해 약효가 24시간 뒤에 나타나도록 설계했다는 거예요. 우린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진짜 이야기를 발견하러 다녀봤던 거죠. 결국, 광고에서 창작보다 힘이 센 것은 발견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는 자주 하는 말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