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메신저] 2장 징조
심리 상담 전문가는 굳이 병원이 아니더라도 뜻밖에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바로, 동네 수학 선생님과 내 막내 동생이었다. 선율이는 동네 수학 선생님한테 종종 고민거리를 털어놓곤 했다. 그래서 수학 선생님에게 상담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더니 “아! 어머니, 선율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아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선율이 가 여자 아이들의 감수성을 갖고 있어서 여자 아이들이 주로 하는 고민을 늘어놓더라고요. 일반적인 남자아이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섬세한 면이 있어요. 학교에서 교우 문제를 해결해 줘야 돼요.”라며 심리 상담 선생님보다 선율이의 심리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셨다.
나의 막내 동생도 선율이 와 이야기해 봐도 학교에서 반 아이들과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귀띔해 줬다. 그동안의 정황을 살펴봐도 선율이 가 저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에 있었다. 선율이 가 체육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운동 못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듣고 자존감이 낮아진 것이다. 막내 동생과 수학 선생님의 의견도 근본 원인은 학교 교우관계라고 짚어줬는데 심리 상담 선생님과 정신과, 학교 선생님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아기 때 겪은 트라우마라고 얘기했다. 이것은 내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학교에 있는데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지어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전문가의 판단이 맞으니까 약을 착실하게 복용시키고 전문가의 지시에 따르라고만 얘기들을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의 막내 동생은 어렸을 때의 진로로 공고를 지망했었다. 1 지망이었던 전자과를 탈락하자 전혀 관심이 없는 토목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적성도 맞지 않는 데다가 반 아이들 중에 불량한 패거리들에게 찍혀버렸다. 1대 다수가 집단으로 내 동생 한 명을 상대로 싸움을 하고 난 후에 입학한 지 일주일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자퇴서를 내러 당시에 막 전역했던 큰 형이 학교 교무실에 동행했다. 담임이라는 작자가 남의 일처럼 폭행에 대해 해결해 줄 의욕도 내비치지 않고 귀찮은 듯 사무적으로 대충 자퇴처리를 하는 것에 열이 받자 “야! 이 새끼야! 담임이라는 게 너네 반 학생이 애들한테 괴롭힘 당해서 학교를 그만둔다는데 네 일이 아니라고 그 따위로 일 처리하고 있냐?!!” 라며 쓴소리를 하고 동생을 데리고 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런 막내가 오토바이 고치는 기술 하나는 일품이었다. 소싯적에는 오토바이 대회의 선수들을 양성해서 활동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오토바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다. 본인도 사춘기를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누구보다 사회에서 소외된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율이 와도 이야기가 잘 통했다. 막내는 주말에 집에 와서 머무를 때마다 선율이 와 함께 게임을 했다. 게임으로 돈독해진 전우애마저 생겼다. 덕분에 선율이는 막내 외삼촌을 잘 따랐고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
<2024년6월12일>
“따르릉~~” 점심때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선율이 가 머리가 아프다고 조퇴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나는 “수업이 몇 시간 안 남았으니까 두통약 먹이면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선율이 가 반 아이들을 대하기 힘들어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밥을 먹지 않게 되었다. “반에서 늘 나 혼자인 것 같아요.”라고 은연중에 소외감을 느낀다며 실토하곤 했었다. 아침도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르고 학교에 오는데 점심까지 먹지 않다 보니 머리가 아팠던 모양이다.
한편 나는 그때 점심 러시로 매장 일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바쁜 일이 끝나고 잠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오후가 되자 선율이 한 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자살할 거야.”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뭐!? 어머! 선율아! 잠깐만 그러지 말고 엄마랑 얘기할까?” 다급한 나머지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내 침착하게 “선율이 지금 어디 있어?”라고 묻자, 선율이 가 “학교 주차장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되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이와 통화를 끊는다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 봐 두려웠다.
“선율아 엄마가 금방 다시 전화할 테니까 전화 꼭 받아. 바로 다시 전화할게. 알았지?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하자 선율이 가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불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일단 통화를 마쳤다. 초조한 마음으로 담임선생님한테 전화했지만 수업 중이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얼른 끊고 위클래스 선생님한테 전화했다. 선생님이 바로 전화를 받아 주셨다. “선생님, 선율이 가 죽는다고 전화가 와서요. 죄송하지만 학교 주차장으로 가 주시겠어요?” 다급한 나머지 그냥 무작정 부탁했다. “아! 네! 알겠어요, 어머니!” 전화를 끊고 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실을 알렸다. 그랬더니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얼른 112에 전화해야지! 빨리 학교로 가 달라고! “라는 말을 듣고 바로 112에 전화했다.
장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얼른 가게문을 닫고 지하철로 달려갔다. 이동 중에 112에서 아이의 인상착의와 위치 확인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마음이 급해서 서둘러 이동을 해야 하는데 쏟아지는 전화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막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위클래스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선율이 주차장에서 찾았어요. 경찰관들도 왔는데 다 갔어요. 제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학교로 와 주세요. “라는 연락이 왔다.
일단 고비는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 “선율이 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햄버거랑 치킨을 먹였어요. 아주 먹음직스럽게 예쁘게 먹더라고요.”라며 미안해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상담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얘기해 줬다. 선율이 가 머쓱해하며 내 곁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다. “좀 쉬어.” 나는 선율 이를 쉬게 했다.
그다음 날 아침, 선율이는 ‘학교에 가기 싫어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담임 선생님한테 인사만 드리고 나오자.” 나는 선율 이를 타일러서 학교에 갔다. 그리고 교무실 앞에서 담임선생님에게 선율이 와 인사드리고 조퇴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내 친구가 경찰이 와서 나랑 있는 걸 봤어. 애들 얼굴 못 보겠어. 애들을 어떻게 만나. 걔네들이 나한테 어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어떡해.”라며 교실에 못 들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점점 대인기피도 심해졌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배달음식을 시켜줘도 문만 열고 음식만 받으면 되는데 배달원 얼굴도 못 볼 정도로 대인 기피가 심해졌다. 점점 집에만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기 시작했다. 게임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올라와서 게임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게임 중에 채팅에서 누군가가 헐뜯기라도 하면 과민 반응을 일으키며 모니터를 주먹으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모니터를 개 패듯 때려 부수다 보니 3대나 저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삼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대씩 때려 부술 때마다 피시방에서 멀쩡한 모니터로 떼어다가 교체해 줬다. 위클래스 선생님에게 여러 가지 청소년 우울증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줬다. 그런데 금방 괜찮아질 것 같은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되다니 믿기 힘든 일이 매일 지속되었다. 매일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하는 “선율이는 얼마나 힘들까?” 라며 하루빨리 원래 생활로 되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빌어야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