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하루의 시작을 풍요롭게 하는 한 잔의 융드립 예멘 커피. 그 안에 담긴 역사는 때때로 한 잔의 와인보다도 더 깊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예멘 커피는 그 어떤 커피보다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해 온 ‘원형의 커피’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한다. 융드립으로 진하게 추출해낸 예멘의 한 잔은, 마치 빈투바 고급 다크 초콜릿의 깊은 농도를 머금은 듯한 중후한 바디감 속에, 캐모마일의 은은한 꽃향기, 건포도와 자두의 과실 풍미, 그리고 레드 와인의 산뜻한 텁텁함을 절묘하게 품는다. 그것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 편의 긴 시(詩)처럼 느껴지는 경험이다.
커피의 기원지인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생두는 16세기경 예멘의 모카항을 거치며 본격적인 국제 무역의 길에 올랐다. 그 시절, 예멘은 세계에서 최초로 상업적 커피 재배와 건조를 시도한 나라였으며, **‘모카 마타리(Mocha Mattari)’**라는 이름은 지금도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예멘 커피는 대부분 고산지대에서 전통적인 자연건조(Natural Process) 방식으로 생산되며, 기후와 토양의 독특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향미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열악한 물류 환경과 소규모 농가 중심의 생산 구조는 예멘 커피를 희귀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선별과 자연건조의 깊은 풍미는 세계적인 스페셜티 시장에서도 귀하게 여겨진다. ‘꽃, 과일, 와인, 향신료’가 조화를 이루는 그 미묘한 복합미는 단순한 향미를 넘어, 한 지역의 문화와 시간을 잔 안에 담아낸 듯하다.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권에서는 ‘세계 3대 커피’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일반적으로 이 명칭은 다음 세 가지 커피를 가리킨다.
예멘 모카 마타리 (Yemen Mocha Mattari)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Jamaica Blue Mountain)
하와이 코나 (Hawaii Kona)
이 세 커피는 공통적으로 희소성, 브랜드 가치, 고유의 테루아(Terroir)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급 커피’로 각인되어 왔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명칭이 국제 커피 기구나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규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는 문화적·상업적 마케팅과 소비자 경험에 의해 형성된 상징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예멘은 역사성과 전통에서, 자메이카는 완벽한 재배 조건과 깔끔한 풍미에서, 하와이는 온난한 기후와 개성 있는 산미에서 각각 특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 세 커피는 수십 년간 ‘프리미엄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현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세계 3대 커피’라는 고정된 범주보다는, 생두의 품질(Q-grade), 재배 고도, 가공 방식, 생산자의 철학, 마이크로랏의 개성 등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된다. 이에 따라, 파나마 게이샤, 에티오피아 구지, 콜롬비아의 핑카 커피, 루완다 버번 등도 국제 무대에서 고가에 거래되며 ‘세계 최고 커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적 평가 방식 속에서도, 예멘 커피는 단지 ‘전통’이라는 단어로 수렴되지 않는다. 그것은 진화하는 스페셜티 커피 세계 안에서도 여전히 자연 건조 커피의 전범, 그리고 커피라는 음료의 영적 뿌리로서 대접받는다. 그 한 잔을 융드립으로 내릴 때, 부드러운 융 천을 타고 천천히 떨어지는 진한 커피액은 마치 시간의 유속처럼 흐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고요히 오래된 문명의 향기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