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이라는 주홍글씨

캄보디아 정치, 그 오해의 시작점

by 진별

'인민'이라는 주홍글씨 : 캄보디아 정치, 그 오해의 시작점


나는 캄보디아 지역과 크메르어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편견이 특정 단어 및 미디어를 통해 왜곡되는 현실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그중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각종 언론 및 문헌자료에서 캄보디아 집권 여당인 CPP(Camodian People's Party)'캄보디아 인민당'이라고 부르는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글을 통해 나는 이 번역이 가진 오해의 소지를 밝히고, 왜 이제부터라도 '캄보디아 국민당'으로 바로 잡아야하는지 주장하고자 한다.


번역의 오류 : '인민'과 '국민'의 사이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캄보디아 국민당의 공식 크메르어 명칭은 'គណបក្សប្រជាជនកម្ពុជា (Khana pak pracheachon Kampuchea)'이다. 여기에서 핵심 단어인 'ប្រជាជន(pracheachon)''국민', '대중'을 의미하는 지극히 중립적인 단어이다. 따라서 이 단어 자체에는 사회주의 이념이 담겨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가 '인민'으로 번역된 것에는 과거의 역사적 관행이 자리잡고 있는듯 하다. 현 캄보디아 국민당의 전신인 캄푸치아 인민혁명당(Khmer People's Revolutionary Party, KPRP)이 사회주의 정당이었기에, 관행적으로 '인민당'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는 북한과 공산*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캄보디아의 현 정치적 실체와는 무관하게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념적 낙인을 찍는 역할을 한다.

JT7LR6QRX5BPAL42ef60OfHrKaaXTAlHIG_yZ67W73hbgWv4_9iOZLe_fcRceNKsmIxeSxKq5QElQ6jBTTSTLA.webp 캄보디아인민당 마크

정치적 현실과 괴리 : 과거의 잔재와 현재의 변화


물론 캄보디아 국민당은 1979년 크메르루즈 정권 붕괴 이후 권력을 장악하며 과거 사회주의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캄보디아 정부는 반공주의를 표방하며 시장 경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국유화된 자산을 민영화하고, 한국, 중국, 미국 등 외국인 직접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현 캄보디아의 정치 체제가 단순히 '인민 사회주의'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적 지지와 권력의 이면


캄보디아 국민당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오랜 내전과 혼란을 겪은 국민들에게 강력한 정부가 가져다준 안정은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권력은 '권위주의'라는 독특한 형태로 유지된다. 캄보디아 국민당은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면서도, 야당을 탄압하여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2017년 제 1야당이던 캄보디아 구국당(CNRP)를 해산시키고 2018년 총선에서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한 사건은 이러한 권위주의 체재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이다.


결론: 오해를 넘어선 올바른 이해의 시작


'인민당'이라는 번역은 이 정당의 변화된 성격과 복잡한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캄보디아를 단순한 '인민 사회주의'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가두는 것은 캄보디아 국민들이 지닌 복잡한 삶의 맥락을 간과하게 만든다.


이러한 오해는 캄보디아에 대한 국내 연구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정치, 사회, 문화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한국어 자료는 드물다. 이로 인한 한국 독자들은 오래되고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게 되며, '인민당'이라는 낡은 번역이 가진 편견을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된다.


따라서 나는 '캄보디아 인민당'을 '캄보디아 국민당'으로 바로 잡는 시도를 제안한다. 물론 이 주장은 필자의 개인적인 주정이지만, 캄보디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캄보디아를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될것이다.


나는 이러한 논의를 통해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 사회 및 언론의 관심이 더욱 풍부해지길 바란다.



[참고문헌]

* 이동윤. (2005). 캄보디아의 선거와 정당정치: 타율적 민주화의 한계. 국제지역연구, 9(1), 46-71.

* 정연식. (2016). 캄보디아의 선거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퇴행. 21세기정치학회보, 26(3), 179-195.

* 정연식. (2020). 캄보디아 2019: 정치적 퇴행과 경제적 도전. 동남아시아연구, 30(1), 63-89.

* 외교부 주캄보디아대사관. (2022). 캄보디아 개황(2022.8). https://overseas.mofa.go.kr/kh-ko/brd/m_3103/view.do?seq=134494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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