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여도 달랐다.

하늘색 샘플, 그리고 염색 탕

by Dear Sojeong


손바닥만 한 스와치 실수는 시작에 불과했다.



몇 달 후, 바이어 쪽에서 광고 촬영용 샘플 2장을 요청해왔다.
전달받은 하늘색 원단으로 2장을 제작해야 했는데,
막상 제작에 들어가보니 원단이 부족해
한 장밖에 만들 수 없었다.


나는 샘플실 원단 창고를 뒤졌다.
같은 혼용율의 원단 아래, 다행히 동일한 하늘색 원단이 있었다.
색감이 다른지는 전혀 몰랐다.
눈으로 봤을 땐 충분히 비슷해 보였기 때문에
그냥 손이 가는 대로 꺼낸 거였다.



그렇게 두 장의 샘플이 완성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왜 두 벌 색이 달라요?”
“이건 같이 촬영 들어가는 옷인데, 톤이 완전 다르잖아요.”


회의실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이 오가는지는 들렸지만,
그게 왜 문제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원단을 염색할 때마다 ‘염색 탕’이라는 단위가 있고,
그 탕이 다르면, 같은 원단이라도 색이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샘플용 원단도 정식 원단만큼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걸.






그때 나는,
실수를 한 것도 맞지만
그보다 먼저, 너무 많은 걸 몰랐던 사람이었다.


일이라는 건,
지시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겉보기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일이라는 건
그런 디테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KakaoTalk_20250511_223537883.jpg 항상 끼고 다녔던 샘플 작업지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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