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의 공간
청즈와 저는 서점 겸 카페에서 일하는 사이로 처음 만났습니다. 청즈는 바리스타였고, 저는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청즈의 손에는 항상 귀여운 책이 들려 있었고, 저는 궁금해했습니다. 커피를 내릴 때 그는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누구보다 섬세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을 다하는 귀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어 많이 가까워졌고, 마침내 그의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청즈는 바다마을 해남에서 북경으로, 또 수저우로 왔습니다. 파도 모양의 타투를 몸에 새기고, 별명인 오렌지처럼 머리를 물들인 두 고양이의 보호자. 그녀의 방은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은은히 드러나는 취향이 재미난 공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달력, 그림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산 판화 작품, 방 한 켠에 위치한 작은 오디오, 알록달록한 머리띠들, 직접 물감으로 색 칠한 고양이들의 종이 집까지.
청즈는 현재 고향인 해남으로 돌아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 만난 2017년에 미래에 열게 될 청즈의 카페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아직 선명히 기억합니다. 시간이 천천히 또 빨리 흐르는 와중에 꿈은 실현되었고, 아마도 두 고양이들은 살이 많이 쪘겠죠? 언젠가 다시 청즈의 보금자리를 기록하게 되기를 고대하며 2019년 8월 여름의 기록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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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중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청즈시엔 입니다. 맨 뒷글자인 시엔을 빼서 청즈라고들 많이 불러요, 청즈는 중국어로 오렌지라는 뜻이에요. 현재 부동산 회사의 1층에 있는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 저만의 카페를 운영할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현재 쑤저우 샹청구에 살고 있습니다. 셰어하우스입니다. 5 가족이 살고 있는데 제 방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모두 함께 사용해야 해요. 그래서 아침에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종종 줄을 서야 합니다. 급할 때는 꽤 불편해요.
이 동네는 어떤 곳이에요?
이곳은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는 조용한 동네예요. 그래서 놀거리는 많이 없어요. 대신 멀지 않은 곳에 공원과 작은 호수가 있는데요, 출퇴근할 때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호수를 보곤 해요. 물은 항상 매우 잔잔해요. 밤에는 호수 표면에 반짝이는 달빛이 특히 멋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일하는 날은 7시 30에 일어나 11시에 잠자리에 들어요. 쉬는 날에는 눈이 떠질 때까지 잠을 자구요. 다음 날 출근을 안 하면 보통 11시보다는 더 늦게 잠에 들어요. 그때는 침대에 앉아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하곤 해요.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몇 시간 정도 되나요?
일하는 날은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퇴근한 뒤 바로 집으로 와서 계속 집에 있어요. 쉬는 날에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편이에요.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합니다.
만약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집에서 무엇을 하시나요?
일단 오디오로 음악을 재생해요. 그러고 나서 책을 보거나, 고양이들과 놀거나, 영화를 봅니다.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애착이 강한 것이 있어요?
오디오일 거예요. 저는 항상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제 기분을 더 유쾌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예요. 책을 읽던, 집안일을 하던 항상 음악을 작게라도 켜둬요. 그게 습관이 되었네요.
방 안에 여러 가지 책이 있는데요. 재밌게 읽은 책 한 권 추천해 주실 수 있어요?
<미식의 즐거움 : 7대 죄악의 역사> (지은이 : Florent Quellier)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음식과 관련된 방대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한 챕터 한 챕터가 모두 완성도 높은 한 편의 단편 소설 같아요. 또한 그 내용을 통해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고요. 정말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책입니다.
최근 구매한 가구나 물건이 있어요?
최근 책장을 두 개 구입했어요. 책이랑 소품 등을 놓으려고요.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구매했어요.
방 안에 있는 물건 중 본인을 잘 표현해 주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게으르고 더 편안한 상태에 있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제 이불이 아늑하고 편안해 보이는 저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웃음)
파도 모양의 타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어요?
제 고향은 해남도, 바다마을이에요. 대학교 때 북경으로 올라오면서 파도를 몸에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과 좀 더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에서요. 그리고 바다는 굉장히 자유롭잖아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내 방으로 돌아오면 항상 매우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듭니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져요.
현재 이 공간이 마음에 드시나요?
현재 방에 매우 만족하는 것은 아니에요. 공간이 너무 좁고 물건이 너무 많이 쌓여 어수선해 보이거든요.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요.
이 집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노래 한 곡을 선곡해 주세요.
My little airport의 〈你叫我译一首德国歌词〉라는 곡을 선택할래요. 가볍고 부드러운 노래입니다.
사진은 2019년도 여름에 찍었지만 인터뷰는 2023년 7월 다시 진행했어요. 2019년도의 본인을 떠올리며 대답을 해주셨는데요. 쉽지 않았을 텐데 감사합니다. 현재는 이사를 하셨죠? 예전에 살던 집을 다시 보니 어떤 기분이 드나요?
밤에 혼자 집에서 보내던 시간들이 떠올라요. 침대 옆 테이블에 좋아하는 향초를 켜고 오디오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한두 페이지 읽곤 했어요.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살고 있는 공간이 바뀌었는데,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있나요?
저도 이 답변들을 하며 깨달았는데요. 생활 패턴은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예전에 비해 노래를 들으며 여유 부리는 시간이 적어졌어요. 카페를 열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졌거든요.
조만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해서 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앞으로 옮겨가는 집마다 찾아갈 거예요. 동의하시나요?
물론이죠. 새 집에 와서 그 집과 저를 기록해 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2018년 8월의 청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