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주말이면 답답해서 집에 있기가 싫다고 해 무조건 야외로 나가야 한다.
특히 음식 솜씨 없는 나에게 김밥이던지 집에서 먹다 남은 반찬 쪼가리라도 정갈이 담아 촌스럽게 돗자리를 깔아 두고는 유유자적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처럼 먹고는 볼록한 배를 위로하고 손은 배 위에 착 올려 깍지를 끼고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잔다.
한날 금강휴게소의 큰 바다 같은 강에 낚시를 하는 사람의 곁에서 기웃거리며 무슨 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해 각자의 일정하지 않은 낚시 물통을 들여다보며 다녔다.
돗자리를 깔아 둔 바로 옆의 할아버지는 어신인지 던져두는 낚싯대에 족족히 쑥쑥 작은 고기들이 왔다 갔다 어떻게 한번 도망가보려고 몸을 휘저으며 잡혀왔다.
남편은 딱 봐도 낚싯대를 가진 할아버지를 부러워했고 나는 낚싯대를 샀다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으로 내가 잡혀올까 관심 없는 척 갖고 싶냐는 말을 물어보지 않았다.
며칠 후 홈쇼핑에서 뜻하지 않은 낚싯대가 듬직하고 깔끔하게 낚시 복장을 한 남자 쇼호스트에 의해 걸리지도 않은 고기를 잡은 듯 아주 근사한 폼을 이리저리 잡아가며 팔고 있었다.
"에이 가는 날이 장날이야 왜 낚싯대가 나와"
난 그 쇼호스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드디어 남편의 눈은 꼭 사달라는 눈빛이었고 나는 그 눈빛이 너무나 애절하고 간절하여 808-00 이하 6자리를 눌렀다.
149000원이 무이자 10개월로 결제되고 남편은 일요일에 들고 저어기 대천을 갈 심상에 님 기다리듯이 목을 빼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여보 낚시 왔어?"
"아니"
"언제 오나 전화 한번 해봐라"
"그게 전화한다고 오나 때가 돼야 오지"
"금요일까지 갖다 달라고 말해봐라 어?"
"에헤이 그렇게는 안되지 거기도 보내는 순서가 있겠지 기다려봐라 좀"
50대 양반을 아이 달래듯 반은 타이르고 반은 째려보며 윽박질렀다.
마트를 잠깐 다녀온 사이 기다리던 낚싯대가 금요일 2시쯤 도착해 있었다.
나는 얼른 들어와 이번 주는 집에 멍 때리고 있으려고 낚싯대를 방문 뒤에 숨겨 두고 월요일에 배송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내어줄 마음이었다.
남편은 집에 오면 1차 샤워를 하고 2차 밥을 먹고3차 소파에 앉자 잘 때까지 유튜브를 보고 4차 곯아떨어진다.
그날도 당연히 확실히 그러리라 생각한 남편이었다.
몇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 변할 일 없는 행동반경이었고 방안의 낚싯대를 나도 잊어먹었다.
드디어 나는 양치를 하고 세수까지 천천히 하고 나오니 남편은 거실에다 낚싯대를 펼쳐 놓고 구경질이었다.
(아 엿 되었다 이번 주는 대천이구나)
왜 숨겼냐는 말은 없고 신이나 이것저것을 들고 보물 보듯 차곡차곡 제자리에 넣고는 내일의 대천행을 위해 일찍도 잠이 들었다.
난 중문 앞에 서있는 기다란 검은 물체가 너무 싫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이든 바다든 어느 곳에 도착하면 남편 몰래 하나씩 하나씩 버릴 생각이었다.
대천항의 낚시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아주 기술자 마냥 낚시 가방을 둘러메고 '나도 낚싯대 있다' 자랑질하듯이 걸음이 당당하였다.
드디어 짜잔 중간쯤에 앉자 낚싯대를 펼쳐 놓으니 안쪽은 금색이요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의 뭐 이상하게 생긴 물건들이 쫙 펼쳐졌다.
난 어김없이 돗자리에 앉자 여기저기 휙~휙~짜르르하는 이상한 소리를 들으며 주전부리를 먹고 있으니 내 남자는 도대체 뭐하는지 아직도 낚싯대만을 들여다 보고는 낚시질을 할 생각을 안 한다.
"여보 뭐해요?"
"이거 어떻게 하는 줄을 모르겠다 야 미치겠네"
"......"
"이거 우짜지?"
"옆에 아저씨한테 물어봐"
뭔 초보는 다 그렇지 부끄러워 못 물어보는 것인지 자존심 상해 못 물어보는지 쭈뼛쭈뼛하길래 나는 옆에 아저씨게 당당하게 가서 말했다.
"사장님 낚시 처음 해봐서 그러는데 이것 좀 가르쳐 주실래요?"
"아이고 아직도 아무것도 안 끼우셨네"
아저씨 아니 옆의 사장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남편이 쌩 초보인 것을... 얼마나 속으로 흉을 봤을까?
(그러면 안 되지)
옆의 사장님의 친절하신 가르침에 드디어 낚시에 모든 것을 완벽히 장착한 모습으로 멀리 던지려 일어섰다.
"자 내 남자 아주 멀리 쫘르르하고 던져 보세요"
"퐁"
"아직 손에 안 익어서 그런가 봐 잘 한번 날려봅시다 남편"
"퐁"
낚싯대는 남편의 세뺌키 만큼 짧게 아주 짧게 날아가지 못하고 바로 앞에서 상쾌한 소리로 퐁하고 빠지고 말았다.
옆의 사장님은 또 초보인 남편을 도와주었고 사장님의 시키는 대로 순하게 말을 잘 들으며 낚시에 관해 배웠다.
옆에서 시키는 대로 하니 남편의 낚싯줄은 좌르르 하고 멀리 날아갔었다 분명히... 진짜 분명히
사장님은 자신의 낚싯대를 돌보며 남편을 흘깃 보고는 아마도(저 사람은 가르친다고 될 사람이 아니다고 생각한듯한 표정이었다) 자리를 옮기고 싶었을 것이다.
옆의 사장님은 주섬주섬 자신의 낚싯대를 챙기시더니 바로 뒤 저 위로 자리를 옮기셨다.
낙담한 내 남자에게 "놀다 가자 그냥"이라고 했더니 대답이 없다.
"여보 나도 하나 줘봐 봐 심심하다"
우리 부부는 낚시의 화려하고 시원하게 뻗는 소리를 들어보지도 못하고 오전 내내 가까운 아주 가까운 바로 밑에 낚시를 빠져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엉덩이도 아프고 어항 가서 뭐 사 먹자 여보"
"응"
우리 부부는 넓고 넓은 바다에 소담스럽게 살짝 담가 두었던 낚싯대를 건지니 어이쿠 이게 무슨 일인지 나의 낚싯줄에 우럭 한 마리가 걸려있었다.
남편도 어이없어 웃어버리고 주위 아저씨들 사이에 낚시 초보로 소문났는데 떡허니 우럭이라니 이건 완전히 땅집고 헤엄치기였다.
"여보 난 이런 사람이야"
내 남자는 나의 우럭 낚시 솜씨에 감탄을 하였고 우리 부부는 그 우럭 놈을 신의 가호로 알고 풀어주었다.
이미 다시 어쩡정하다 어딘가에서 잡혀 죽었겠지만 우린 분명히 풀어주었다.
그 이후 남편은 낚시질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낚싯대는 아버님께 입양을 보냈고 우리 아버님도 아들과 같은 과였던지라 낚싯대는 창고에 다음 세대를 위한 보물로 만들 참인지 고이 먼지를 잡쑤고 한쪽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