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by 김세

2017년 나는 딸의 유학으로 일본에서 아주 잠시 거주하게 되었다.

집에 혼자 있을 남편이 걱정은 되었지만 일본에서 대충 적응하는 딸을 보고 한국으로 가려 많은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남편은 점심 저녁을 회사에서 제공하였기에 끼니는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세탁기만은 꼭 물어보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그런 남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용해서 그런지 세탁기 앞에만 서면 왜 더 작아지는지 자신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뭐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워낙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으니깐

그리고 퇴근 후 외롭지 않다고 하면서도 카톡 페이스톡 통화를 여러번을 눌렀고 그럼에도 할 말이 딱히 없어 얼른 끊어버리고 말고를 또 여러번 했다.

남편이 매일 걸어오는 톡에 할 말도 없고 20년을 넘 게 살아 잠시 벗어나 남편이 없는 곳에서 편안해하며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남편은 혼자 외로운지 퇴근 후 심심하고 외로워 매일 핸드폰만 보고 계속 밤마다 어김없이 또 페이스 톡에 얼굴을 보였다.

적당히 아주 귀찮을 때쯤 어느 날부터는 저녁시간마다 울려되던 페이스톡은 오지 않았고 나는 은근 남편이 무엇을 하기에 톡을 안하는지 급 많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내쪽에서 먼저 톡을 시작하기로 했고 남편은 며칠간은 잘 받아주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상하게 받지 않은 횟수도 늘고 또 어떤 때에는 거부를 했고 또 어느 날은 통화조차도 빨리 끝네려는지 짧게 '응 , 응'하고 말았다

"딸 니 애비 이상하다 전화를 자꾸 빨리 끊으려 하는데?"

"어 이상한데 아빠 뭔가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냐?"

성실 빼면 이미 황천길이었을 남편이기에 돈이나 여자로 속 썩 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나만의 확실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궁금해서 3개월을 있으려 한 마음을 접고 한 달도 안되어 아깝지만 조만간 일본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같이 살고 있는 남자가 궁금하여 한국으로 냅다 들어가고 말았다.

서프라이즈는 아니더라도 은근히 놀라게 해주려 한국에 들어간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도대체 뭐하고 살았는지 궁금하여 비밀리에 그 남자의 집에 도착하고 만다.

뭐 방은 자고 나간 흔적만 있을 뿐 별다른 것은 없었고 싱크대에도 아침으로 먹었을 계란 프라이를 담아먹었던 접시 하나와 젓가락 한 짝 말곤 특이한 것은 없어 보였다.

일단 냉장고에 있는 것을 대충 진짜 대충 저녁을 차리고 남편에게는 택배가 왔을거니깐 집으로 빨리 가라는 카톡을 날리고 난 집에서 숨어 기다렸다.

집안의 불은 다 꺼놓고 딸방 한쪽에 숨어있으니 남편이 들어왔고 중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남편은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니 왔나?"로부터 말을 시작한 남편은 이방 저 방 나를 찾기를 시작했으며 목소리는 은근 기분이 좋아 보이는 들뜬 목소리였다.

나는 대충 짠하고 나타났고 불을 켠 남편의 얼굴은 엄청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이랑 더 있다 오지 뭐한다고 이렇게 빨리나 왔노"라고 하면서 얼굴은 빨리 와 안 외롭고 좋다는 것이 선명했다.

식사를 마치고 남편은 유튜브를 틀기 시작했고 나는 남편이 휴대폰을 들고 있을 때 무엇인가를 밝혀 낼 만한 일이 있을까 신경을 곤두 세우고 곁눈질로 남편의 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눈알이 정말 돌아가 돌아오지 않을까 한 번씩 꾹꾹 눌러 마사지를 하고 두 시간을 염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유튜브를 보면서도 휴대폰의 또 다른 유튜브를 볼뿐 메시지나 카톡은 보지 않았다.

TV의 유튜브도 휴대폰의 유튜브도 온통 방탄소년단의 모습뿐이었다.

그 안에는 모두 방탄을 본 흔적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뭘 유튜브를 양쪽에서 봐요?" 했더니 그때부터 남편의 하지도 않던 수다가 시작되었다.

"랩몬은 머리가 엄청 좋고 영어는 지가 한국에서 독학했다더라"

"정국이랑 지민이 슈가 윤기는 경상도 아가들이라더라"

"진이는 나이가 제일 많은 맏이고 진짜 잘생겼다"

"제이홉 자는 남잔데 피부도 좋고 춤도 엄청 잘 춘데이 한번 볼래?"

"니 뷔가 누군 줄 아나?"

"몰라 왜 걔가 도대체 눈 군데?"

뷔가 나온 유튜브에 얼굴이 제일 잘 나온 것을 찾아 보여주면 아주 혼자 침을 튀어가며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야 함 봐라 진짜 잘생겼지 저게 우에 사람의 얼굴이 노 이야 잘생겼다"

진짜 잘생기긴 했지만 평소 연예인을 잘 못 알아보는 남편은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수많은 아이돌중 방탄소년단만 좋아하게 되었고 또 나이, 생일, 출생지, 부모님이 무얼 하시는지까지 다 캐고 있었다.

"맨날 이것 본다고 전화를 냅다 끊어버린 거야?"라고 했더니 가슴에 손도 안 두고 그리고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당당히 말을 한다.

"응 왜?"

(이런 모지리 같은 남편아)

난 속으로 수많은 욕을 하고는 남편이 벗어둔 속옷을 세탁기에 확 집어던져버렸다.

"어유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고?"

남편은 세탁실로 달려와 뭔 실수를 하였을까 바싹 긴장하며 얼굴만 쑥 내밀었다.

"왜 세탁기에 뭐 잘못 저질러 놨나 안되나?"

"......"

딱히 누군가를 아주 좋아한다는 거에 뭐라 할 말도 없고 세탁기 때문에 화난 줄 아는 남편이 참 둔하기도 하여 난 세탁기도 닫고 입도 닫았다.

남편의 특성상 경상도 상남자라 저런 아이돌을 여태 좋아한 것을 못 봤는데 난 은근 '미친놈, 이상한 놈, 맛 간 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다음날도 밥을 먹고 나면 방탄의 1절부터 12절까지 노래와 춤 그리고 실시간 소식까지 다 보고 잠이 들었다.

나도 지금은 남편 따라 방탄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 일본에 있을 당시에는 방탄들 때문에 속절없이 남편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것이 생각이나 급히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비행기 삯 그 돈이 아까웠다.

아직도 일찍 들어와 비행기 삯을 주고 다시 들어갔던 돈이 아까웠지만 내가 없어도 남편을 한눈 안 팔게 해 주는 방탄이 고마웠다.

지금도 역시 많이 좋아하고 있지만 방탄에 첫눈을 뜨더니 이번엔 블랙핑크(남편은 블랙핑크라고 하면 덜떨어진 것이니 블핑으로 불러야 된다라고 함)를 아주 열렬이 응원하고 있다.

남편은 외화를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 그룹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자기껏 마냥 엄청 좋아한다.

자기 딸은 유학한다고 돈을 밖으로 퍼다 나르고 있었는데 뭐가 저리 좋은지 모르겠다.

지금은 등골이 휘고 등에서 콩뽁던 힘든 시기가 지나 아들 딸 직장을 다녀 여유로울 줄 알았더니 자식은 평생 돈덩어리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당연 고생은 굿바이 할 줄 알았다.

아직도 난 쪼들린다.

언젠가는 현장 콘서트를 볼 수 있는 남편의 얼굴이 보고 싶어 꼭 아주 스페셜한 로얄석의 티겟을 사주고 싶다

"좋아 죽겠다는 봐야지 우야겠노 같이 가자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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