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열정적인 남편

by 김세

20살 이후로는 대학이랑 나랑 인연이 없는지 계속 연달아 두 해를 낙방하였고 집안에서는 괜히 눈치가 보여 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다 작은 호텔의 프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난 김 세0에서 갑자기 듣보잡의 미스김 또는 김양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나보다 먼저 온 또 다른 미스김, 김양은 큰 김양 나는 작은 김양이 되었다.

이럴때 김 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들이 안 사는 곳이 없는 것이 참 신비롭다.

그리고 호텔의 지하에는 룸살롱이 있었고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는 일반 다방이나 카페도 아닌 더군다나 룸살롱이라는 그런 유흥시설을 처음 보게 되었고 난 무척이나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경찰이었던 큰 형부는 그곳은 00파의 아지트라고 그만 두라며 나를 쪼으기 시작했다.

두 주 만에 그만두기가 좀 뭐하여 한 달 월급을 받기 전 얼마간의 날짜를 두고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다.

나는 진짜 조직 폭력배의 아지트이고 또 바로 밑 룸살롱이 있어 짧은 치마에 짙은 화장을 한 여러 이쁜 여인들이 출근은 봉고차에서 다 같이 내려 들어가고 퇴근은 따로 하는 것을 보니 룸살롱에 일하라는 소리도 안 했는데 살짝 무서워 그만둘까 하고 생각만 하고 지내다 그냥 두 달이 훌쩍 넘어가버렸다.

잠깐 일어나 인사를 하고 하루 종일 아무 일 없이 혼자 멍을 잘 때리는 나에게는 딱 맞는 직업 같기도 하고 그리고 생각보다 00파의 조직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잘웃고 장난치고 그리고 아내에게 쥐어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이 덜 무서워 보였고 룸살롱의 그 여러 여인들은 내가 생각한것 보다 불쌍한 사람들이 많았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그녀들은 공중전화에 매달려 있었고 눈물 없이는 듣을 수 없는 슬픈 사연들의 안타까운 집안의 살림꾼이었으며 난 그녀들의 딱 반정도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가끔은 술자리에서 맞고 나와 프론트 안에서 숨어 우는 것을 보고는 남자라는 인간들은 다 개망나니들이다 라는 생각하며 남자라는 인간들이 처음으로 무서워지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쩌다 두 달의 월급을 받는 날이 되어가고 월급에 맞추어 나이가 좀 있었던 남자 직원 한분은 개인사업으로 나가시고 또 금방 새로운 남자분이 들어왔다.

새로온 직원은 나보다는 한살이 많았다.

흰 피부에 입술은 붉고 남자가 앵두 입술 같은 것이 참 밥맛 떨어지고 정 떨어지고 짜증나게 나보다 곱게 생겼었다.

조용하고 말수가 많이 없었던 새로 온 남자 직원은 나와는 자주 의견이 안 맞아 싸우게 되었고 극기야는 큰소리로 싸움이 오가게 되면서 나는 빨리 그만 안 둔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호텔 사장님이자 그곳 00파의 두목이신 그분의 부탁했던 중요한 일에 실수를 하게 되었다.

사장님은 뭐든 척척하는 그 남직원을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좀 정신이 없는 나를 약간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때에 난 큰 실수로 아마도 잘릴 수도 있는 위기를 놓여 있었다.


그건 상갓집에 개업 화환을 주문하여 보넨것이었다.

사장님의 조폭 지인이 돌아가셨다.

이런 젠장 사장은 조폭 두목이었는데 난 오늘 나 스스로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파서 스스로 파묻혀 세상 하직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은 프런트 안의 의자에 앉자 주먹을 쥐고는 허벅지를 땅땅 내려 찍으며 나의 잘못을 곧 물어볼 기세였다.

(아 사실대로 말하고 난 오늘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될 것 같아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장님께 이실직고를 하려고 옆에 서 있었다)

역시 00파 두목이신 사장님은 아주 예리했다.

"꽃집에 전화 미스김이 했나?"

"네?"

(아 올 것이 왔다 이 시간 이후로 잘리는 것은 당연하고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마칠 준비를 해야 했다)

그 순간 그 남자 직원은

"아 아까 미스김이 상갓집이라 했는데 제가 잘못 듣고 개업 집이라고 말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 뭐 이런 날벼락같은 고마운 놈이 있나

무릎 꿇고 목숨을 살려주셨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 직원의 얼굴에선 부처님 성모 마리아 예수 같은 아우라가 보였고 그 희고 붉은 앵두 같은 입술은 완전히 훅 가는 신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에 아주 신임하던 남자 직원이라 '왜 그런 실수를 했노 조심해라'로 끝을 맺었다.

여자라는 인물은 참 간사스럽다는 것을 이것으로 난 나를 알게 되었고 세상에는 개망나니 같은 남자보다 다정하고 으리가 있는 놈도 아직은 많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우리 둘은 급 눈이 맞아 사귀게 되고 그 호텔의 40개가 넘는 방은 우리 둘 만의 홍콩 가기는 딱 맞아떨어지는 비밀 아지트 장소가 되었고 그렇게 모텔로 호텔로 숨어 다니는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에게는 당당하게 결혼한다는 말을 하고 난 후 그의 눈물을 보면서도 난 미안하게도 너무 행복했었다.

그 당시 남편은 자기는 아주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람이라고 하며 남성미를 뽐냈고 젊은 탓에 매번 밤에는 아주 열심히 뜨겁게 잘 살았다.

하지만 얼마 후 결혼을 하고 난 후부터는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의 소식은 딱 끊어졌고 베개가 와서 닿는지 머리가 베개를 찾아다니는지 그 뜨겁다는 놈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떠나간 남자 친구는 나에게 아주 심한 욕을 하며 떠나갔다.

"어우씨 내 눈에 찌짐 붙여놨고 이제 찌짐 확 뗀다"

라고 너무나 안타까운 욕을 하고 떠났기에 결혼에 속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에 찌짐은 떼내고 내 눈은 찔러 결혼을 했기에 절대 후회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은 그건 꼬실 때의 이야기라나 뭐라나......

이제는 더 이상 뜨겁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남편은 충분히 정신적으로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딱 11월 10일이면 결혼을 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 된다.

'아 참 오래 살았다'

친구 같은 남편을 만나 많이 사랑하고 편안하게 살지만 자기 눈에 이제 찌짐 뗀다고 하던 그놈은 아직도 뜨겁고 열정적이게 살고 있는지 참 한번씩 쓸데없이 궁금했다.

뭐 다 그놈이 그놈이겠지만 어딘가 어떤 놈은 뜨겁고 열정적이게 아주 오랫동안 잘 살 것이다.

낚시는 잼뱅인 남편은 오늘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 몇 마리의 생선을 잡아올지 철없는 배 낚시를 떠났다.

뜨겁고 열정적이게 반찬값 좀 덜게 많이 잡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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