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로스쿨의 기억 (4)

- 작고 소소한 것에 감사해야 행복하다

by 쎄씨로이어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삶의 낙이랄 것이 별로 없다. 끊임없는 공부와 시험, 결과발표, 법조윤리, 실무수습, 변호사시험까지 잠깐 정신을 놓으면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거나 대단한 일들을 하면서 일상을 흔들면, 다시 루틴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나는 1학년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지 못하고 많이 놀아서 그 시기를 메이크업하느라 고생했던 터라, 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삶의 낙을 찾다가 성적이 나락으로 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즐거움과 자극보다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요즘 후배님들을 보면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 같아 참 보기 좋지만, 우리 때는 마치 그것조차 노는 것처럼 여겨지는 터라 정말 소소하고 작은 일들을 찾았더랬다.


쉬는 시간에 응원하던 야구팀의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거나, 스터디 조모임 동기들과 매주 한 번씩 회비를 걷어 맛있는 걸 사 먹는다던지 이 정도의 즐거움을 매주 유지했고, 혼자 날씨 좋은 날 근처에서 러닝을 하거나 카공을 한다던지 하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ibt로 모두 바뀌었지만 우리 때는 답안지를 직접 적어 내야 했기 때문에 글씨를 깨끗하게 쓰는 것도 중요했는데, 내 글씨가 예뻐 보이면서 필기감이 좋은 펜을 사며 나름 합리적 소비라 즐거워했던 기억도 있다.


돈이 많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어차피 꾸미고 나갈 데도 없어서 옷이나 구두, 메이크업제품 같이 꾸미고 예쁜 걸 좋아할 나이에 그런 거에 많은 관심을 두진 못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꾸미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참으로 촌스럽고 앳된 나의 모습-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특별한 날 명품백 정도는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별 다섯 개 특급 호텔에서 호캉스도 할 수 있지만, 가끔은 저 시절이 참으로 그립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다 같이 고생하던 그 시절

물론 더 즐겁게, 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 더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즐거운 추억이 나의 20대 한편에 잘 자리 잡고 있다.


40살이 된 지금은 그때의 소소한 즐거움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맛있는 것도 크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고, 유명한 관광지에도 큰 감흥이 없는 그런 나이와 경험을 갖추게 되어 어쩌면 더 큰걸 바라는 거 같기도 하다.


오늘은 현재의 작고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봐야겠다.


웹툰이나 유튜브는 즐겨보지 않고 가끔 드라마를 챙겨보는 정도라, 영상매체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는 어렵다.


어떤 것이 있을까? 오늘도 브런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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