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코스피 5000과 직장인

- 역대급 불장 속 개미는 무엇을 하고 있나

by 쎄씨로이어

금융투자업권의 경우 국내 상장 주식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회사마다 업태마다 내부 규정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회사는 직원의 거래내역 등을 모니터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이러한 모니터링 하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 등에만 투자를 해 오곤 했는데 (미국 상장주식이나 펀드의 경우 대부분 보고의 의무가 없음) 요즘 같은 불장에 국내 주식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작년 초쯤인가, 이제는 국내 주식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투자한 금액이 이제는 나름 어느 정도 수익률을 고민해 볼 만한 볼륨이 되었다(물론 당연히 슈퍼 개미 투자자들에 비해서는 아주 아주 약소한 수준이나 개별 종목 투자를 많이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나름 큰 마음을 먹고 투자한 금액이라 생각한다).


첫 투자는 삼성전자와 금 etf였다.

왜냐고 묻는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선수 삼성전자는 떨어지더라도 다시 오를 힘이 있을 거라는 아주 아주 일반적인 생각과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시장에서 리스크를 헷징해 줄 수 있는 금을 함께 투자한다면 시장이 어려워도 크게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또 아주 단순하게도 한 주당 매수단가가 접근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이렇게 주식 투자를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국내 주식의 첫 투자가 작년 (2025년) 초이니, 그 이후 삼성전자와 금 etf의 상승률을 추적해 보면 아주 러키하게도 종목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직장인들이 나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두 종목이 오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직장인의 마인드로 조금 오르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주 수익실현을 하긴 했지만, 알토란같이 월급 모아 조금씩 사모은 소중한 주식들이 오르는 것은 큰 변화 없는 나의 일상에 약간의 재미를 더해주게 되었다.


주식을 투자할 때 참고하는 지표들은 너무 많고, 나는 전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마인드로 소심하게 거래하는 작은 개미 투자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대한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고자 했다.


차트 해석에 대한 간단한 공부도 했지만 주로 거시경제(환율, 물가, 세계정세)와 기업의 사업성- 내가 이해가능한지, 내가 생각할 때 미래 가치가 있는 사업인지-를 기준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단타보다는 스윙/중장기 투자자가 되었고 그렇게 현재까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끔 '나 같은 초심자들이 겁 없이 뛰어들어 장이 이렇게 오르는 걸까'라는 자조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연일 장이 상승하고 나의 주식들에 빨간색 숫자들이 찍히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까, 드디어 오늘 코스피 5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옆 자리의 실장님은 '내가 죽을 때가 된 걸까 코스피 5000이 넘는 것을 보다니'라고 하시며 놀라워하셨고, 나는 오늘 다들 수익실현을 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며 장이 급 하락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함이 있었지만, 결국 오늘도 약간의 상승으로 장을 마감하게 되었다.


직장인이 일을 하면서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사실 주식으로 일반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주식투자로 망한 사람 얘기가 더 많았고, 주식 투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주부(초보 투자자를 비유하기 위해 '주부'라고 칭한 것으로 보임)들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그 종목은 곧 떨어질 것이니 바로 팔아야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직장인들이 주식투자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얘기가 신문에 나고, 책으로 나오는 시대가 되었으며

주식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연일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모두가 주식투자에 대한 두려움은 적어지고

오히려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 되었다.


그 이유가 성공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범람해서인지, 부동산 투자가 막혀 그 자금이 주식으로 흘러 들어온 이유인지, n잡러가 아니면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물가와 저금리의 시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생각건대, 이제 주식투자에 대한 마인드가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시작했다기보다는, 불안하지 않기 위해 주식 투자라는 시장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주변이 다 하는데 나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흐르는 물에 내 몸을 싣지 않으면 마치 내 몸이 증발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렇게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뛰어들었다면, 이제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 알토란 같은 월급은 소중하니까.

소중한 월급을 모아 투자한다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나는 '얼마나 벌었나'보다 '어떤 방식으로 이 시장에 대처할지'에 대해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오늘의 상승을 축하하되, 내일의 하락을 견딜 수 있는 방식을 견지하기로 했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가 우리를 흥분시키는 만큼, 그 상승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 흐름이 꺾이는 순간에도 우리는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15. 당신은 장기계획을 세우는 사람인가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