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정규분포 어디쯤에 서있는 것일까.
“내가 왕년에 말이야…”
나는 이 말이 참 싫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왕년에 공부 못했던 사람도 없고, 잘나가지 않았던 사람도 없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유난히 자주 꺼내는 사람들 중에 지금을 충만하게 사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왕년에 ~~했다’는 말은 결국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절대 (!!) 그런 말은 입에 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마흔을 넘기고,
부동산 시장이 미친 듯이 출렁이는 요즘,
문득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도 왕년에는 특별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공부도 곧잘 했고, 반장도 도맡았고,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고 믿었으니까.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남들과는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명문대에 진학하고,
20대에 변호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나는 꽤 특별한 인생의 길 위에 서 있다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정말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문득, 나는 정규분포 곡선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자산의 관점에서만 보면, 내 위치는 더욱 불분명해진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부부는
마포에서 시작해 잠실, 강남을 거쳐
30억대 아파트를 매수했고,
그 아파트는 두 달 만에 10억이 올라 현재 시세 40억이 되었다.
전세로 살던 강남 아파트는
2년 만에 두 배가 되어 80억을 넘겼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도 가지 않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던 또 다른 친구는
코인으로 대박을 내 서초동 펜트하우스를 샀다고 한다.
나는 지금, 정규분포의 변곡점쯤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나의 노력, 나의 지식, 나의 전문성보다
‘어디에 있는 부동산을 언제 샀느냐’가
인생의 크고 작은 분기점을 결정짓는 세상.
한 집 걸러 한 집이
의사이거나 변호사라는 강남 한복판에서
나는 특별함은커녕,
그저 ‘평범’이라는 이름의 회색 지점에서 서성이는 듯하다.
더 무서운 건,
이제는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범하게 집 한 채 갖고,
평범하게 아이 학원 보내고,
평범하게 가족여행 한 번 다녀오는 것조차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평범하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겐 간절한 소망이 되는 세상.
그렇게,
이제는 ‘평범하게 사는 삶’이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꿈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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