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지 마세요
퇴근 후 씻고 나와 소파에 몸을 던집니다. 젖은 머리를 말릴 힘도 없어 잠시 숨을 고르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풉니다.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터치합니다.
엄지손가락을 몇 번 튕기자 화려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입사 동기 김과장은 독서모임에, 밴드 활동, 스페인어까지.. 취미부자인데 승진도 빠르네요.
대학 친구는 하와이에서 해변을 배경으로 칵테일 잔을 들고 있네요.
나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 후배는 벌써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냈다고 합니다.
화면 속 사람들은 모두 앞서나가는 것 같고, 매일이 파티 같고, 성취로 가득 차 보입니다. 문득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봅니다. 늘어난 티셔츠, 덜 마른 머리카락, 내일 출근할 생각에 찌푸려진 미간.
조금 전까지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나를 토닥이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패배감이 밀려옵니다. "다들 저렇게 잘 사는데, 나만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나만 도태되고 있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을 덮었지만, 마음은 이미 지옥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매일 밤 스스로에게 먹이는 독, '비교'라는 독입니다.
우리가 SNS를 보며 우울해지는 이유는, 애초에 '공정한 비교'가 불가능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그 사람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Highlight Reel)'입니다. 가장 예쁜 옷을 입고, 가장 맛있는 것을 먹고, 가장 성공한 순간만을 편집해서 올린 '예고편' 같은 것이죠.
반면 지금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당신의 현실은 어떤가요? 지치고, 헝클어지고, 고민 많은 '비하인드 씬(Behind Scene)'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인의 '화려한 무대 위'와 나의 '지저분한 무대 뒤'를 비교합니다. 그 친구가 하와이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1년을 꼬박 야근하며 돈을 모았던 고생은 보이지 않습니다. 승진한 동기가 남몰래 삼켰을 수많은 거절과 눈물은 인스타그램 피드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의 뇌는 시각적 자극에 약해서 자꾸만 "나만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SNS를 삭제하고 속세를 떠나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대신 저는 비교의 방향을 살짝 비틀어보기를 권합니다.
심리학에는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할 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좌절/질투: "쟤는 뭔데 저렇게 잘나가? 나는 왜 이 모양이야." (에너지 낭비)
영감/동기부여: "와,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나도 저 팁을 내 삶에 적용해봐야지." (에너지 충전)
SNS를 보며 배가 아프다면, 그건 내 안에도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행 사진이 부러우면 내가 휴식이 필요한 것이고, 승진 소식이 부러우면 내가 성취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투라는 감정을 '정보'로 활용하세요. "저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기에 도달했지?" 부러움의 대상을 '질투의 적'이 아니라 '무료 멘토'로 삼는 순간, 박탈감은 건강한 자극으로 바뀝니다.
나의 속도는 내가 정합니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옆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내 심박수와 호흡입니다. 옆 사람이 전력 질주한다고 해서 나도 따라 뛰다가는 완주도 못 하고 쓰러지게 됩니다.
SNS 속 타인들은 각자의 트랙을 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속도가 당신이 늦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만의 속도로, 아주 잘 가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남의 화려한 피드 대신, 나의 소소한 하루를 기록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거기에 적힌 꾸준한 하루하루가, 결국 당신을 가장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남들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지 마세요.
당신의 인생 영화는 아직 클라이맥스가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