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점에서
"남은 군생활을 세는 행위만 수 백번 하다 보니 더 이상 셀 필요가 없는 날이 와 왔다. 전역이 다가오면 곧 전역하는데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별로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이다. 일병 때는 군생활이 얼마 안 남으면 엄청 기쁠 거 같았는데 선임들이 말했듯이 이 시기가 오면 막상 그렇지 않다. 전역한다는 사실이 은은하게 기쁘면서도 뭔가 오늘도 군복을 입고 일과를 뛸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군생활을 다 마치고 드는 생각은 사랑을 주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을 배운 거 같다. 군대 오기 전에는 나 자신도 내가 무뚝뚝하고 정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폭도 좁았고 그마저도 애정표현을 꺼렸다. 하지만 군대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붙어 있다 보니 정이 많이 쌓이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을 했다.
군대에서 친해진 이들과 같은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을 떠들기도 연락을 자주 하며 사회에서도 만나기도 고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서 만난 이들이 나에게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얘기를 해준다.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는데 듣다 보니 나는 어쩌면 그런 사람인 거 같다. 흔히 요즘 사회에서 중요시한다는 공감능력이란 게 뛰어난 사람.
그동안 그게 서툴고 상처받기 싫어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간 거지 내 마음은 항상 그랬던 거 같다.
군대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으니 이제는 뭔가 알 거 같다. 대학생활동안 인간관계로 힘들었었는데 마침내 사람 대 사람으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되었다. 군생활 동안 내가 지긋지긋하게 싫어했지만 반면교사가 되어준 이들과 지옥같은 군 생활을 보다 재밌고 따뜻하게 해 준 이들에게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