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날의 회포

인생의 전환점에서

by 말콤

이 글은 제가 전역일 날 본가로 내려오면서 여러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쳐 위병소에서 나온 지 3시간도 안되었을 때 기차에서 쓴 따끈따끈한 글입니다(두서가 없을지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당시 이 글을 쓰면서 씁쓸한 미소(눈물을 곁들인..)를 지었던 기억이 나네요. 인생을 살면서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 있을 겁니다. 본인이 인지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싶으면 이렇게 그 순간 깨달은 생각을 저처럼 기록해 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로 파편화된 내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도 있으니까요. 이때의 글을 다시 읽다 보니 전역하고 놓치고 살고 있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남은 군생활을 세는 행위만 수 백번 하다 보니 더 이상 셀 필요가 없는 날이 와 왔다. 전역이 다가오면 곧 전역하는데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을 되게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별로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이다. 일병 때는 군생활이 얼마 안 남으면 엄청 기쁠 거 같았는데 선임들이 말했듯이 이 시기가 오면 막상 그렇지 않다. 전역한다는 사실이 은은하게 기쁘면서도 뭔가 오늘도 군복을 입고 일과를 뛸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군생활을 다 마치고 드는 생각은 사랑을 주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을 배운 거 같다. 군대 오기 전에는 나 자신도 내가 무뚝뚝하고 정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폭도 좁았고 그마저도 애정표현을 꺼렸다. 하지만 군대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붙어 있다 보니 정이 많이 쌓이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을 했다.

군대에서 친해진 이들과 같은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을 떠들기도 연락을 자주 하며 사회에서도 만나기도 고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서 만난 이들이 나에게 따뜻하고 정이 많다고 얘기를 해준다.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는데 듣다 보니 나는 어쩌면 그런 사람인 거 같다. 흔히 요즘 사회에서 중요시한다는 공감능력이란 게 뛰어난 사람.

그동안 그게 서툴고 상처받기 싫어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간 거지 내 마음은 항상 그랬던 거 같다.


군대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으니 이제는 뭔가 알 거 같다. 대학생활동안 인간관계로 힘들었었는데 마침내 사람 대 사람으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되었다. 군생활 동안 내가 지긋지긋하게 싫어했지만 반면교사가 되어준 이들과 지옥같은 군 생활을 보다 재밌고 따뜻하게 해 준 이들에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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