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도 통역이 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인기 있었던 로코 장르의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6개 국어 통역사 주호진, 오랜 시간 누웠다가 깨어나보니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 차무희.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특이하게 통역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듣게 되고, 통역사로서의 본분도 물론 있지만 때로는 본인이 그 통역의 당사자이기도 한 애매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그 사람이 어렵나?
사람은 다 각자의 언어로 말하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거 같아요
호의로 알아듣고 다가갔는데 아니라고 밀려났어요
거절로 알아듣고 피해 줬더니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와서 저러는 게
다시 시작하는 호의인지 거절에 대한 미안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모르는 말이면 공부가 필요해.
단어도 순서도 느낌표인지 물음표인지 자네가 쓰는 말이랑 다를 텐데
잘 들여다 보고 잘 해석해 봐.
[ 드라마 대사 중...... ]
사람은 본인의 의사를 말과 글로 표현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항을 남에게 표현하고 남은 이를 이해해서 본인의 행동을 결정한다.
만약 내가 전달한 바가 달라지면 반응 행동이 달라질 것이고, 이를 접한 상대방은 이를 오해한다.
그래서 갈등이 증폭하게 되고 둘의 사이가 틀어지거나, 틀어진 상태에서 다시 오해를 풀고 좋은 관계가 되기도 한다.
갈등이 없는 관계도 있다.
둘이 천생연분으로 잘 만나서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서로 잘 맞아서 다툴 일도 없이 일생을 평안하게 사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인관계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하나의 생활 영역으로 들어오니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갈등이 필수적일 수도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상황과 같은 사례가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
물론, 갈등이 있어도 항상 서로가 조심하면서 갈등이 없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도 있다.
그러나, 서로가 조심하면서 지금은 원만하게 잘 지나갈 수는 있지만, 갈등을 봉합하거나 해결해 본 적 없는 연인관계에서는 서로의 관계가 단단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생각보다 작은 갈등에서 큰 힘겨움을 겪고 둘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둘만의 관계만으로도 어려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을 의식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본인의 모습이 스스로 불쌍하고 처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연인관계에서 서로가 내가 해 줄게 얼마인데, 이 모습을 우리 부모님이 보시면, 내 친구들이 보면 어떨까 등등 주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연인 관계에서의 우리의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의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에 강하게 휘둘리게 된다. 참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다른 이들의 생각이 마치 나의 생각인 것처럼) 나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해 보기도 한다.
연인 간에 대화가 많고 사랑하는 감정이 제대로 트이기 전에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시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감정을 표현하면 둘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서로 간에 이해가 부족해서 서로의 갈등을 극복할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노사관계에서도 이런 관계들이 연속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사관계에서 노조와 회사의 관계를 위에서 이야기한 연인관계에 비유하면 어떨까 한다.
회사 노무담당자와 노조 집행부가 서로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이견이 크다.
이견이 있고 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서 절충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예, 아니오 로 끝나야 하는 대목에서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자기 쪽으로 오게 하려고 한다.
그대로 딸려가면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한쪽이 종속되게 된다.
종속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 그 모습들이 다른 의견으로 비치게 되고 반대 의사로 가게 된다.
이때, 그래도 어차피 같이 가야 하는 관계이니 서로를 이해해 주고 서로가 참아주기도 한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어느 정도 양해해 주겠는데 도끼눈을 뜨고 보고 있는 조합원을 생각하면 그렇게도 못한다.
본인 생각과 다를지라도 일단 투쟁하고 보여주기라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
회사 담당자도 해당 부서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배려해 주려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업 임원들 설득하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결국 노사관계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상황이 있게 마련이고 때로는 본질과 다르게 이에 휘둘리게 된다.
노사관계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서로 간의 배려와 이해의 공감대가 아직 부족한 상황도 많다는 점이다.
어렵게 서로 풀기도 하지만, 다시 논의 어젠다로 들어오면 다시 갈등 관계가 된다.
그렇다고, 서로가 틀어진 상황에서 연인관계처럼 환승연애를 하기가 참 어려운 관계이다.
집행부 교체? 회사 노무 담당 교체? 거의 이 정도 수준에서만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수 있다.
그 이전까지는 어찌 되었건 본인들의 용어를 서로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하나의 결론을 내야 한다.
다른 이해관계자나 입대는 사람들의 의견 없이 본인들만의 대화로 하나의 결론을 내야 한다.
마치 연인관계에서 나의 의사결정을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의견에 맞기게 되면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처럼...... 노사관계도 노사 모두 각자의 주도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를 먼저 이해해 보려 하고, 그러나 나의 주장이 존재함을 다시 이야기하고,
절충안을 만들면 좋고, 아니면 이번에 양보를 받고 다음에 내가 양보하던가, 아니면 이번에 양보하고 다음에 양보를 받던가.
어느 한쪽의 주장만 하고 안 들어주면 관계를 끊어버리고 다른 연인에게 간다는 협박만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서도 결국 다른 연인에게 가지도 못한다.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은 그 연인과 또 지지고 볶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노사관계도 누가 제대로 통역을 해 주면 참 좋겠다.
(노동위원회를 떠올리실 수도 있지만, 통역이 아니라 조정과 중재의 역할이라서 본인들 의사대로 해석해서 제안한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오역도 많고 본질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내심의 의사와 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제한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잘 원만하게 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지금 목소리를 크게 내고 우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바가 무엇이고, 최소한 이 정도만 해 주면 나머지는 포기할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을 지키고 넘지 않으며 상호 존중의 자세로 잘 해결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통역 없이도 서로의 진심 의사를 말하고 듣고 이해하면서 상호 윈윈 하는 노사관계를 만들면 좋겠다.
오늘도 노사관계 현장에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계신 노동조합 집행부 및 회사 노무담당자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