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하루

부제: 엄마의 텅 빈자리

by 소정

엄마가 없는 하루, 세상 모든 것이 멈춘 듯 느껴졌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부끄러움과 상실감에 눌려 한동안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차례로 찾아와

“힘내라, 학교로 나오라”

고 했지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엄마가 없는 내게는 어떤 위로도 희망도 소용없었다.

일주일 후 학교에 갔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학교 가는 길도, 학교의 건물도, 친구들도,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달과 별이 뜨는 것 모두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내게 엄마가 없다는 사실과,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만 달라져 있었다.


나는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는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웃고 떠드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들에겐 집에 돌아가면 맞아줄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학교는 소외와 비교의 공간일 뿐, 더 이상 희망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그곳은 곧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울 수 있었고, 멀리 동쪽 산비탈의 엄마 무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직 잔디가 뿌리내리지 못한 황톳빛 무덤은 마치 나를 지켜보는 엄마의 애달픈 마음 같았다.

쉬는 시간마다 그곳에서 울다 보면 점심시간도 잊었고, 때로는 한나절을 통째로 눈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친구들과 선생님이 나를 찾아 발견한 후, 그 문은 굳게 잠겨버렸다.


학교가 내 마음이 머무를 곳이 되지 못했듯, 집 또한 따뜻함을 잃은 낯선 공간이 되었다. 따스해야 할 공기 대신 냉랭함만 가득했고, 집에 가면 나를 기다린 것은 밀린 집안일과 동생들의 울음뿐이었다.

숙제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집안 곳곳에는 엄마의 향기 대신 쓸쓸함만 스며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친구들의 치마를 장난스럽게 잡아당기고, 책상 위를 뛰어다니던 장난꾸러기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놀이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고개 숙인 채,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왜 그렇게 일찍 철들어야 했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훗날 남편을 잃고, 또다시 세상에 없는 투명인간처럼 숨죽여 지내던 시간에야 문득 깨달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에게 따라붙는 숙명 같은 죄책감 때문이라는 것을.

열여섯 소녀의 마음에는 이미 어른의 고통이 들어앉아 있었다.


새벽마다 아침밥을 짓고 도시락을 싸서 동생들 학교에 보내고 나도 학교로 갔다.

밤이면 엄마를 그리워하며 우는 쌍둥이를 달래야 했다. 동생들의 울음은 내 안의 눈물과 겹쳐 마음을 짓눌렀다.


한편으로는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아빠에 대한 원망도 깊어졌다. 객지 생활로 늘 집을 비웠던 아빠, 엄마의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했던 아빠, 엄마가 떠난 뒤 술에 기대어 산소 곁을 지키던 그의 모습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분노와 슬픔 속에서도 동생을 돌보고 집안을 꾸려가는 일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설픈 손끝으로 차린 밥상 앞에서 동생들의 울음이 멎을 때면, ‘엄마 없는 이 집, 내가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 되살아났다. 세상의 전부를 잃었지만, 그 빈자리는 책임과 삶의 무게로 채워졌다.


엄마 없는 집,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나는 매일을 견디며 가장으로 성장했다.

엄마를 잃은 상실은 나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다시 서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철부지 소녀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는 엄마의 딸로 자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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