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곡운구곡’
국립춘천박물관 본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습니다.
28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LED 스크린을 가득 채운 거대한 영상, 바로 국내 최초 16K 초고해상도로 제작된 미디어파사드 ‘곡운구곡(谷雲九曲)’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의 아름다움을 최첨단 Full CGI 기술로 재해석하며 시작됐습니다. 전통이 품고 있던 자연의 경관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대적으로 구현하고, 관객들에게 현실을 넘어선 몰입감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곡운구곡’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실제로 존재하는 아름다운 계곡입니다.
조선시대 화가 조세걸은 이곳을 직접 답사하며 《곡운구곡도》라는 실경산수화를 남겼습니다. 당시의 산과 바위, 나무와 물길, 집들이 실제 지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 지금 보아도 현장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가운데서도 실제 경치와 거의 일치하는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번 미디어파사드에서는 이 아름다운 아홉 개의 풍경을 16K Full CGI로 제작하여
국립춘천박물관 본관 중앙홀에 구현했습니다.
관객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치 곡운구곡을 여행하듯 각 곡을 따라가게 됩니다.
-
방화계 (傍花溪)
철쭉이 만개한 봄날의 계곡이 펼쳐집니다.
청옥협 (靑玉峽)
옥색처럼 맑은 물빛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집니다.
신녀협 (神女峽)
김시습이 풍치를 감상하던 정자가 등장합니다.
백운담 (白雲潭)
물안개와 삼단 폭포가 어우러진 여름 풍경입니다.
명옥뢰 (鳴玉瀨)
단풍이 물 위로 떨어지며 계류와 조화를 이룹니다.
와룡담 (臥龍潭)
잔잔한 물결 아래로 용이 숨은 심연이 펼쳐집니다.
명월계 (明月溪)
밤하늘 달빛이 비치는 고요한 물가입니다.
융의연 (隆義淵)
청정한 연못 속을 노니는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첩석대 (疊石臺)
층층이 쌓인 바위와 흐르는 여울물이 어우러진 겨울 풍경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초대형 스크린에 최적화된 16K 해상도와 섬세한 Full CGI 제작 기술입니다.
자연물의 디테일, 흐르는 물의 입자, 안개와 바람의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구현하여 관객은 마치 화면 속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조선시대의 실경산수화라는 유산을 현대의 기술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첨단,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자리.
국립춘천박물관의 미디어파사드 ‘곡운구곡’은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아트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박물관을 찾게 된다면, 중앙홀 한복판에서 이 아홉 굽이의 여정을 함께 걸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화면 속 풍경 너머로 현실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