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트레이더에게 대체거래소란
시스템 트레이더에게 주식시장 제도개선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비록 그것이 선진 주식시장에 가까워지는 길일지라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주식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수익의 기회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장치로 인해 주식의 실제 가치와 가격이 괴리될 때 초과수익(알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5년 3월부터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가 개장한다. 여태 한국은 공기업인 한국거래소(KRX)를 통해서만 정규 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독점 플랫폼이다. 여기에 NXT(넥스트레이드)라는 대체거래소를 허용하여 이 대체거래소를 통해서도 주식거래가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경쟁 체재를 만드는 것이다.
대체거래소 운영이 주식시장 효율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견은 차치하고, 시스템 트레이더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첫째, 증권사 API 코드를 수정해야 한다. 아마 3월 2일부터 API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증권사의 API 명령어 체계가 조금씩 수정될 것 같다. LS증권은 이미 어떻게 수정될지 공지가 올라와 있다.(2월 14일 기준 키움증권은 별다른 공지가 아직 없다.) 입력데이터, 출력데이터에 거래소가 어디인지 구분해서 입력하고, 출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식 체결데이터나 호가데이터가 어느 거래소의 데이터인지 구분해서 떨어뜨려 주겠다는 것이다. 기존 매매프로그램이나, 수집프로그램에서 변경이 필요한 코드들을 반영해야 한다. 미리 테스트해 볼 방법이 없어 3월 2일 중에 붙잡고 작업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주문의 경우, 증권사가 더 좋은 호가의 거래소를 알아서 찾아 주문을 넣어주는 방식이라고 하니, 유리한 가격을 찾아서 따로 주문을 넣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둘째, 데이터 수집 구조도 변경해야 한다. 체결데이터를 시장을 구분해서 준다면, 이를 구분해서 저장하도록 데이터베이스 테이블 구조를 변경해야 하고, 데이터 저장 방식도 조금 손봐야 한다. 시가 종가는 기존처럼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한다고 하니, 일봉데이터까지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셋째, 시장 시간 변경에 대응해야 한다. 대체거래소에서는 정규장 시작 전인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 이후인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에서 계속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8시부터 체결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장 시작을 한국거래소 개장인 9시부터로 보고 대응해야 할지, 8시부터로 대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대체거래소가 차지하는 포션이 전체 가격에 영향을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모든 종목을 전부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코스피, 코스닥에서 800 종목만 거래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미리 가늠하기가 어렵다. 모든 종목이 전부 대체거래소에서 거래가 된다고 하면 아예 장 시작을 8시부터로 인식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일부종목은 8시, 일부종목은 9시 시작이라 굉장히 대응하기가 까다로워 질듯.
넷째, 거래 패턴 변경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 시장의 구조가 바뀌면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 패턴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종가 이후 발생한 중요한 뉴스가 다음날 시가에 영향을 줘서 큰 폭의 갭 상승, 갭하락을 만들어 냈다면,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에는 이런 사건들이 애프터마켓에서 소화돼서 다음 날 시가의 변화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은 미리 예측하기보다는 계속 데이터를 관찰하면서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여러 제도 변화를 겪었다. 2015년 상하한가가 15%에서 30%로 확대 됐고, 2016년 정규장 마감 시간이 15시에서 15시 30분으로 연장됐다. 매번 번거롭기도 하고, 때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이슈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해 왔다. 앞으로 야간 파생시장 개장 등 다가올 이슈들도 산적해 있다. 시장상황에 맞춰서 체형을 바꾸고 잘 대응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트레이더라기보다는 어떤 사업을 하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