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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되는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by 칠삼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고민해봐도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다. 인생이 막막한 나에게 이런 제목은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


제목이 준 기대감에 비해 재미는 없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재미가 없음에도, 제목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 바쁜 나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거장 미야와키 하자오가 던지는 질문은, 그의 명성 덕분에 스쳐지나가지 않고 우리의 뇌리에 남아 계속 질문한다.


감독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영화에 담았다. 그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소설에서 제목만 가져와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이 그 소설의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자전적인 내용의 영화를 만든 것처럼, 이 영화를 굳이 보지 않고, 제목에 대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하다.




왜 재미가 없는가

제목도 좋고 내용도 좋다면 이 영화를 굳이 안 봐도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나를 포함한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이들에겐 재미가 없다.


일단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이해가 안 되니까 더 재미없게 느껴졌다.


여기서 영화 자체의 재미가 중요해진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 자체가 재밌다면 관객은 영화를 다시 보거나 해석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메시지를 빼면, 그 내용 자체는 사실 재미가 없다.




결말은 어떤가

그러나 결말은 재밌었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줄거리를 짧게 설명하겠다.


마히토의 증조할아버지는 아랫세계의 왕이다. 아랫세계의 왕은 블록으로 탑을 쌓고, 탑의 균형이 유지되는 한 아랫세계의 질서는 유지된다.

"악의로부터 자유로운 왕국을,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 - 아랫세계의 왕

증조할아버지는 자신의 탑은 무너지기 직전이므로 마히토에게 다음 왕의 자리를 권한다.


"제 악의의 증거예요."

"이 상처는 제가 만들었어요. 제 악의의 증거예요." - 마히토

그러나 마히토는 자신에게도 악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할 거라며 거절한다.

마히토의 악의는 영화의 초반부에 그가 친구와 싸운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의 싸움을 과장하기 위해 돌로 자기 머리를 깬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악의를 가진 것은 마히토뿐일까?


딱봐도착해보이는와라와라s.jpg 와라와라

마히토는 윗세계(현실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 하늘로 날아가는 와라와라, 그들을 잡아먹는 펠리컨, 펠리컨을 내쫓기 위한 공격에 와라와라가 휘말려 죽는 것을 본다. 와라와라를 잡아먹는 펠리컨도 악의를 가진 존재이다. 공격당해 죽어가는 펠리컨은 마히토에게 자신들도 어쩔 수 없이 먹고살기 위한 육식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마히토는 그런 펠리컨의 악의를 존중하듯 그를 묻어준다.

마히토는 새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엄마는 마히토가 아랫세계로 자신을 찾으러 오자 그가 싫다고 말한다.


이렇듯 마히토뿐만 아니라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크고 작은 악의를 갖고 있다. 그들의 악의를 보며 마히토는 자신의 악의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악의를 인정하고, 윗세계로 돌아가 잘 살아보겠다고 말하며 왕의 자리를 거절한다.


모든 인간은 악의를 갖고 있고, 그런 현실에서 서로의 악의를 존중하며 잘 살아봐야겠다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대답하는 듯했다.




자기 앞가림하면서 살기도 바쁜 오늘날, 세상을 돌아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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