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를 무시해?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을 보고, 약 스포 포함!!

by 노정희

사람들이 잔뜩 움켜쥐려고 한다.

나만 놓을 수 없다. 나만 피해를 볼 테니까.

긴장하고 긴장하고 긴장해야만 한다.

손해보지 않을 수 있으니까.

세상에는 나를 등쳐먹을 사람으로 가득하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시즌 1은 대니와 에이미가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는 것으로 시작해서, 복수에 복수가 낳은 또 다른 사건들로 엃히고 설키다가 화해와 용서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은, 대니와 에이미는 한 몸이다. 우리 모두, 그들과 다르지 않다.)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등장인물 간의 갈등으로 드라마는 진행되지만, 그 기저에 깔린 철학적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아주 잘짜여진 시나리오다.


세상은 성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속의 모든 인물은 매우 이성적인 냉정한 자본주의 안에 살지만, 정작 그들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감정이다.

분노, 무시, 피해의식, 시기, 질투 등 기저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감히 나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해? 어디 한번 죽어보자고 달려들고, 업치락 뒤치락한다. 엉망진창의 캐릭터 속에서도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받는 장면 간간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그들의 기저에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철학적, 심리학적 대사 중에, 부모와 자식 관계도 부정적 감정을 전이하는 관계로 묘사한다.

부모의 부모, 또 부모의 부모에서 어디가 처음인지도 모르는 그 원초적 부정적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모르겠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컸다고 피해의식에 쩔은 캐릭터 에이미와 사랑받지 못하고 커서 부모의 인정에 목말라서 자신을 고갈시키는 캐릭터 대니가 벌이는 무시무시한 전쟁이 어쩌면 우리 세상의 축소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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