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의 감성을 원한다면?

영화 <드라이브>를 보고

by 노정희


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의 감성을 원한다면, 영화 <드라이브>를 보시길.


영화 드라이브는 2011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고,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았다. 줄거리, 연기, 연출, 음악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영화다. 다만 잔인한 장면이 꽤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전반에 흐르는 독특한 정서다. 애잔함과 그리움, 그리고 거친 폭력이 함께 존재한다. 흔하지 않은 감정이다. 영화 언어, 특히 연출 방식으로 뜯어봐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잘 설계된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극 중 이름이 없는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보여준 모습처럼 시종일관 이쑤시개를 물고 다닌다. 카체이싱을 할 때나 잔인한 폭력을 휘두를 때, 그리고 아이에게 다정하게 인사할 때조차도 그는 이쑤시개를 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보호한다는 큰 줄기도 80년대 홍콩 누아르와 닮아 있다.


주인공의 눈빛은 깊고 그윽하다. 슬픈 눈망울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애잔함이 영화 전체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이름이 없다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영화 밖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는 보호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 같다. 다정한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범죄로 가정을 잃고, 스스로를 전갈처럼 독으로 감싸며 생존해 왔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에 없는 개인적인 상상이다.)


그는 옆집에 사는 아이린과 그녀의 아이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평범한 행복을 경험한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그는 매우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만 보면 그의 잔혹한 본성을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전갈 점퍼를 입는 순간, 그의 본성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죽더라도 상대를 찌르는 존재다. 저주받은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연약한 순정이 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고, 단란한 삶을 꿈꾼다. 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에 나올 법한 캐릭터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지금 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음악은 80년대 팝 같은 분위기를 준다. 미국 도시의 야경을 부감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도 비슷한 시대의 영화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 장면들은 독특하게 아름답고, 외롭고 애잔한 감정을 만든다. 오프닝에서 핑크색으로 제작진 이름을 보여주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엘리베이터 장면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다시 보니 매우 아름답고 로맨틱하게 설계된 장면이었다. 애잔한 키스와 과할 정도로 잔인한 폭력이 같은 공간에서 이어지며, 영화 전체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랑과 어찌하지 못하는 잔혹한 본성을 상징하는 전갈 점퍼는 곧 주인공 그 자체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랑과 폭력 사이에서 존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줄거리를 따라가도,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미장센과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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