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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희 Mar 13. 2024

이불 밖은 정말 위험해...?

영화 "송곳니"를 보고...(스포있음)

그리스 출신 감독 요로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가여운 것들"이라는 영화가 최근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제 아카데미 및 할리우드에서 인정하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 것 같다. 뭐. 그들이 인정했다고 그의 영화가 더 가치 있어졌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어느 정도 대중성은 조금 더 확보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도 같긴 하다. 어쩌면 그의 날 것 같은 영화 스타일이 많이 무뎌졌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영화 "송곳니"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 "송곳니"는 꽤나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혹시 최근 상업영화들이 너무 지겹게 느껴진다면? 혹시 신선한 문학작품으로 사람들과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이라면? 정말 추천드린다.

어디서 읽은 구절인데, "문학의 본질은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것"이란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로 본질에 겁나게 충실하다. 나에게 가차 없이 질문을 던지고, 나는 왠지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과자를 와그작 와그작 씹으며 소파에 널브러져 영화 한 편 때려야지. 하면서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결코 아니다. 

머릿속에 강렬한 잔상이 남고, 누군가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영화 "송곳니"는 독재라는 시스템은 아무리 통제를 해도 어떻게든 균열이 생기게 마련이고, 누군가는 체재에 순응하고 또 누군가는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벗어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한 괴이한 가족을 통해서 보여준다.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어느 외딴곳, 멋진 저택에 중년 부부와 3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딸 2명, 아들 1명. 아이들은 20세 남짓되어 보여 아이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나이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특별한 언어교육을 받는데, 예를 들어 "소풍"이라는 단어를 푹신한 의자의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좀비"라는 단어는 잔디에 피어있는 노란 작은 꽃이라는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책이 등장하지 않으며, 가족끼리 볼 수 있는 영상은 오직 가족 홈비디오뿐이다.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fly to the moon이라는 곡은 아버지가 가족 찬양노래로 번역해서 알려준다.

 대문 밖은 너무 위험해서 결코 나가면 안 되는데, 아이들이 모르는 첫째 형이 밖에 나가서 괴물에게 물려 죽었다며 물감으로 피 칠갑을 하고는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의 독립은 그들의 송곳니가 빠질 정도로 성숙한 나이에나 가능하다는 규칙을 세운다.

공장을 운영하는 부자 아버지는 아들의 성욕을 풀어줄 여자를 밖에서 데려다주는 데, 그녀를 통해 세상의 문물이 첫째 딸에게 슬며시 전해진다. 아버지는 자신만의 왕국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을 눈치채고 첫째 딸을 잔인한 폭력으로 응징한다. 또, 밖의 사람을 집으로 들이는 게 위험하니 아들의 성욕을 풀어줄 대상을 누나들 중에 고르라며 근친을 강요한다. 세상의 규칙을 모르는 아이들이라 아버지의 요구에 반발이 없다. 하지만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첫째 딸은 아버지가 만들어 둔 규칙대로 송곳니를 스스로 빼버리고 집을 탈출하지만 남겨진 가족은 열린 대문을 스스로 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재자들은 언론을 통제한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영화의 힘을 알고, 선동 영화를 만들어 사람들을 세뇌시켰다고 한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보통 주류를 이루지만 극 중 첫째 딸처럼 탈출을 시도하거나 또 체재를 전복시키려는 강력한 누군가에 의해 역사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으리라.

중세시대 때 성서를 읽을 수 몇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했고, 세종대왕이 문자 창제할 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한 세력들이 많았다고 한다.

 

안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자유로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눈을 크게 뜨고 누군가의 거짓말을 가려내고 아니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영화였다.


오늘은 평소와 좀 다른 이유로 잔소리한다.

아들아! 공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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